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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Mar 30. 2023

예민한 언니에게 맛집 추천하기

언년이 언니의 취향


 예민한 사람에게 맛집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한다. 나의 명예, 목숨 그리고 그 후에 나에 보내는 수많은 비난까지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가 그것을 매번 시도하는 이유는 내가 맛있었던 음식에 대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내가 당신보다 맛있는 걸 먼저 맛보았다는 승부사의 기질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추천하는 건 맛집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가본 필라테스 학원, 미용실, 과일가게, 편집샵 등 눈에 보이는 데로 링크를 보내는 편이었고, 그에 대한 언년이 언니의 대답은 늘 무응답이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그녀가 내가 추천한 곳을 가기라도 한 날이면 세 가지 중에 하나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1. Very Bad 윽..웩.죽을래? < 문자에 이어 강남에서 프랑스까지 맛집에 대한 이어지는 설교를 전화로 들어야 한다>


2. Not Bad 음.. 나쁘지 않네... < 맛은 있으나 두 번은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다.>


3. WOW 어? 뭐야 이거? < 엄청 맛있어서 회사에 사갈 예정>


당연히 문자의 빈도수는 1번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엄마는 내가 언년이 언니에게 맛집을 추천했다고 하면 그 뒤는 감당이 되겠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다행히 이미 나는 많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칭찬받을 차례라고 엄마를 다독이곤 했다.


비록 칭찬받을 확률이 0.01%의 확률이라 해도 나는 계속 도전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꺾이지 않는 도전으로 성공한 것은 필라테스 학원, 케이크 집, 귤 두쪽이 전부였으나 최근 나는 한 가지 항목을 추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오늘도 그 노력에 부흥하기 위해서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년이 언니.. 언니 거기 거기 애.."

"애~플파이!!알았어 가볼게! 그 노무 애플파이 맛없기만 해 봐라 아주 가만 안 둬!"


오늘 가본다는 그녀의 문자가 곧 벌어질 살인에 대한 예고처럼 두려웠지만 드디어 오늘이 그날이구나 라는 왠지 모를 스릴도 느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거구나 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오후 6시 30가 될 때까지 문자가 오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무서운 번호가 찍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언년이 언니 전화와썽 전화받아!" 이런 적이 없었다. 분명 문자가 먼저 오고 전화가 와야 맞는데 당황한 나는 전화를 늦게 받고야 말았다.

"야! 너 왜 전화 늦게 받아?"

전화기 너머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하게 이유를 급조했다.

"아.. 아.. 화.. 장실 갔었어 왜?"

"야! 대박 내가 네가 하도 애플파이 해대서 그 디저트 가게 갔었는데.... 없어!"

"뭐가?"

"다 없어 애플파이 에그타르트 하나도 없더라고 무슨 파운드케이크 조각만 있더라"


여기서 나는 침만 꼴깍 삼켰다. 그 뒤에 날아올 비난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야 근데... 없으니까 더 먹고 싶데 그리고 그 주인 분이 내가 애플파이 없냐니까? 엄청 당황해하는 거야 그 뭐냐 맛집에서 닫을 시간 됐는데, 인기 상품 찾는 사람 대하듯이 당연한 듯 없다고 하는데... 뭔가 고수의 향을 느꼈어"

"(휴) 하하하 거봐!! 거기 맛집이라니까.. 오후 7시에 닫는데 오후 6시 30에 가면 당연히 없지"

"야! 가만있어 나 토요일 갈 거야 진짜 맛집 같아"

"또?"

"응 갖지 못하니까 더 갖고 싶어졌어"

“명품이야?뭐야 그게..”


사지 못하니까 더 먹고 싶다는 언년이 언니의 말에 나는 굳이 뭘 또 가냐고 억지로 행복한 결말을 내고 싶었지만 언년이 언니는 토요일에 다시 가봐야겠가며 자신의 굳은 의지를 피력했다.


그렇게 맛있는 애플파이를 상상하며 전화를 끊는 언년이 언니의 목소리에 아무래도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전화를 꺼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목숨은 소중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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