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나 진짜 자야 돼"
"그럼 자"
"진짜 진짜야!"
입으론 계속 자야 된다를 외치지만 손은 여전히 폰을 들고 있는 남편은 매일 나의 참을성을 시험한다. 그나마 키가 주니에게 다행인 소식은 부인이 몇 년 전 한 라식수술 부작용으로 야맹증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야맹증과 함께 눈부심이라는 증상도 얻었으니 어둠 속 그가 비추고 있는 핸드폰 빛은 그의 부인에겐 태양의 강렬한 빛과 같았다. 몇 번의 경고에도 그가 핸드폰을 끄지 앉자 단전에서 분노가 끓어 치밀었고 무언의 경고성 발차기를 휘둘러 봤지만 몇 년의 숙련된 방어 능력으로 인해 어둠이 익숙해진 키가 주니는 황급히 어둠 속에 자취를 감추곤 했다.
그렇게 어둠이 낮보다 익숙해진 키가 주니는 퇴근 후 나와 야초를 산책시킬 때에도 마치 어둠의 제왕 된 것처럼 모든 걸 보고 주의를 주곤 했는데..
"어? 거기 돌 있어 피해야 해"
"야초가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니까 너는 뒤에서 기다려! 밤 눈은 내가 밝잖아"
이제는 어두운 곳에서는 자신이 왕이 된다고 판단 한 건지 출근할 때도 굳이 불을 켜지 않고 마치 좀도둑처럼 거실을 활보하고 다니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솔이를 임시보육 하면서 점점 나도 어둠에 익숙해졌고 (고양이는 밤에 보통 똥을 싸고 활동을 한다) 드디어 오늘은 새벽에 키가 주니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게 되었다.
"빨리빨리"
분명 그의 주둥이는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었지만 그의 손은 허공에 휘휘 젓고만 있었다. 빨리와는 다소 거리가 먼 굼뜬 행동에 어이가 없어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런 나의 눈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빨리빨리만 외치며 가방을 싸고 야초를 만지고 벨트를 다시 매고 거의 한 자리에서 30분 이상을 뭉그적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 참지 못해 그래서… 출근은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보고 말았고, 그는 내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 황급히 출근했다.
야솔! 나에게 레이저를 심어주고 떠난 거니?
덧! 야솔과의 동거 생활이 끝나고 언년이 언니가 돌아왔다. 그래도 나와 같이 한 생활이 있는데 언년이언니가 오면 텃세를 부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 계집애는 언년이 언니가 오자마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쌩하니 언니 곁에 안겼다. 열심히 밥 줘봐야 부질없는 것을 증명하듯이 너는 내 고양! 의 여정이 어차피 너는 언니 고양!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