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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Jun 04. 2023

최애 작가님의 북토크에서 캐릭터 공식을 배우다

그녀의 시크릿 노트

 그녀의 북토크를 가게 된 건 요즘 글럼프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내가 쓴 글을 읽고 고치다 보니 왠지 모를 자괴감에 빠져서 허우적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연히 보게 된 피드에서 나의 최애작가님의 북토크 소식에 그녀의 창작 원동력이 곧 내 것으로 전이되길 바라는 불손한(?) 마음으로 참여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늘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내가 상상한 그녀의 모습은 신경이 곤두서 있을 정도로 보이는 까칠한 인상에 안경을 쓴 마른 여자가 종이를 던지며 "이게 글이야? 종이 낭비야?"라고 외치는 모습이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베. 셀 작가들의 모습) 하지만 막상 만난 그녀의 모습은 극 내향적인 성향에 말을 할 때마저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몇 번이나 신발을 벗었다 신었는지 상상하게 되는 모습이었다. 깊은 한숨을 쉰 작가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작가는 글..글..속에 숨어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글 쓴 작가가 숨겨놓은 자신의 이야기를 더 와닿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야기가 습자지처럼 스며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배려하듯 질문지에 질문을 적어 바구니에 넣었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녀는 그 쪽지를 뽑아 읽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Q. 글을 쓸 때 어디에서 소재를 얻으시나요?


"어떻게 소재를 얻고 이야기를 하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보통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캐릭터부터 생각하고 그다음에 그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떠오르면 이야기를 풀어내요. 그리고 그 캐릭터는 제 안에 있어요.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잖아요 그래서 자신 안에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보통 글을 쓸 때 제 안에 갈망하는 것들에 대해서 쓰기 시작해요. 예를 들면 제가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인 여자에 대한 글을 써요. 돈을 벌기 위해 쓰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글을 쓰다 보며 불뚝 "아 이 여자 진짜 답답하네 뭐 이래?"라는 불만이 점점 쌓여가요. 그러다 생각하는 거죠 다음 글은 사랑에 미친 듯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여자를 써보자라고 생각하죠."


그녀는 조용히 커피를 한 모금 머금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 안에 불도저 같은 부분이 있거든요. 하지만 막상 표현하지 못하죠. 그래서 제가 만드는 캐릭터에게 저에겐 없지만 갖고 싶은 매력을 불어넣는 거죠.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직진하는 여자처럼 남자 주인공에 그냥 나랑 만나보자고 하거나 미친년처럼 술을 왕창 마시고 거리를 고주망태로 활보하고 다니고 그런 여자를 미친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만들면 돼요. 그러면 주인공은 글 안에서 살아나서 저도 글을 쓰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보는 사람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죠."


*내 안에 있는 모습 + 내가 되고 싶은 모습 = 메인 캐릭터


조용히 말을 이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책 속에 숨어 있었던 그녀의 분신들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주인공을 설정하면 그녀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구상해요 캐릭터가 극과 극에 있어야 서로의 캐릭터를 매력적이게 만들거든요. 그렇게 불도저 같은 여자를 만날 남자는 그 여자와 완전 반대인 사랑에 거부감을 느끼고 도망가는 남자가 필요하겠죠? 물론 남자 주인공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할 과거도 필요하겠죠?"


그녀의 설명에 요즘 내가 보고 있는 드라마들이 다 그런 공식으로 짜였음이 느껴졌다.


닥터 차정숙

주인공 차정숙 : 현모양처  <-> 서민호 : 불륜에 혼외자

스토리: 가정만 돌보던 여자가 잊고 있었던 자신의 꿈을 찾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 염미정: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추앙받길 원함 <-> 구 씨 : 이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양아치

스토리 : 자신의 인생도 구원하지 못했던 여자가 세상 끝에 떨어질 뻔한 남자를 멈추게 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에서도 해방감을 느낌


이로운 사기

주인공 이로움: 남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형 사기꾼 <-> 한무영: 남의 감정에 극도로 공감하는 감정 과잉 변호사


예상스토리: 완전 반대의 두 사람이 마치 퍼즐처럼 서로에게 동화되면서 사기와 법적 변호를 통해서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가 될 듯


Q. 좋아하는 책이나 드라마가 있으신가요?


"없어요. 아시다시피 글을 쓰다 보면 책을 한 장만 읽으면 결말이 보여서 읽지 않아요 대신 심리서적을 많이 읽어요."


Q. 스토리 구상은 어떻게?


"주변 카페를 가거나 요새는 공유 오피스를 가요 집에 있으면 자꾸 딴짓을 하게 돼서 누군가 저를 보고 있어야 글을 쓰게 되거든요"


Q.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요?


"좋은 글은 음... 예를 들면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TV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 대사 어찌나 가슴에 와닿았는지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소파에 가서 앉게 하는 게 좋은 글인 것 같아요. 설거지는 나중에 할 수 있지만 그 장면은 지금 내 눈 안에 넣고 싶은 거죠. 마치 내 안에 표현하지 못하는 지렁이처럼 꾸물되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에 대사가 탁하고 핀셋으로 그 지렁이를 들어 올려 보게 하는 거예요. 그럼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그때부터 주인공에 동화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좋은 글을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그 캐릭터 안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들어있으면 좋겠죠?"


 작가님의 말에 나는 아! 하며 드라마 '아는 와이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성이 무릎 꿇고 한지민에게 "자신이 착했던 너를 괴물로 만들었다"는 대사에 심장이 털컹하고 내려앉았던 기억이었다. 그 장면에서 내가 그와 같은 감정을 느꼈던 건 그 대사가 아내 한지민이 한 대사가 아니라 남편 지성이 했던 대사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도 남편 키가 주니가 자신의 죄를 깨닫고, 내가 너를 악처로 만들었구나를 성찰하는 걸 바랐던 지렁이 같았던 감정을 그 장면이 핀셋처럼 탁하고 들어 올렸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졌다. 그렇게 작가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나도 아무에게도 비록 말 못했지만 그들 안에 곯아버린 고름을 탁하고 깨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덧, 너무 좋았던 북토크였지만, 작가님이 공식화되기 원치 않으셔서 최애 작가님으로 올려보아요. 글럼프에 빠진 작가님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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