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산 공주
오늘 아파트가 갑자기 정전되었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전기를 의지해 왔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TV, 정수기, 냉장고, 핸드폰 충전기, 컴퓨터 심지어 와이파이마저 쓸 수 없게 된 휴먼이라니…. 공기를 전환하기 위해 야초와 산책을 나가려는데 엘리베이터 마저 노시그널이었다. 아! 엘리베이터도 전기였지?
그렇게 불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복도를 발을 더듬더듬 거리며 내려가는데 다시 이 길을 걸어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에 더 아찔하게 느껴졌다.
10년 지난 아파트도 세월이 지나면 이렇게 하나 둘 사람처럼 아프기 시작하는 것 같은 마음에 기분이 허탈 해질 때쯤 우다다다 아줌마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택배 아저씨가 무거운 택배를 들고 오는 발걸음을 보고 뛰어가 엘리베이터가 안된다고 말해주려고 달려가는 발걸음이었다.
차갑게 겨울같이 불 꺼진 아파트에도 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