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오늘도 덜 움직이기 위해 그들은 위대했다.
게으른 사람들의 전쟁터. 그곳은 덜 움직이기 위해 땀나게 돌아가는 머릿속이다. 우리는 한 발 덜 움직이기 위해 한 손 덜 쓰기 위해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는 치열한 전투 끝에 다양한 상품을 탄생하게 만든다.
그중 나를 제일 놀라게 했던 건 밥버거였다. 아니 어떻게 저런 생각을? 냉장고에서 반찬 꺼내는 것도 귀찮아 반찬들을 밥 속에 넣어버리다니! 최근에는 한 신발 광고보곤 “아 저건 날 위한 신발이야” 라며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광고 속 여배우의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신발 뒤꿈치에 손가락을 넣으면서 발을 힘들게 구겨 넣지 않아도 되는 고고한 학처럼 아름답게 다리를 뻗어 신발 속에 자신의 발을 쏙 넣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을 할 정도였다.
옷은 또 어떠한가? 감지 않은 머리를 가려주기 위한 후드티, 이까지 덜덜 떨리는 강추위라도 옷 안에 아무거나 입고 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패딩들. 내복의 기능과 옷의 역할을 같이 하는 히트텍과 기모바지 심지어 기모바지는 내가 너무 애정한 나머지 자주 입다가 가랑이가 삭아서 버린 것만 한 트럭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게으름뱅이들이 밖에 나가고 밥을 먹고 옷을 입는 걸 도와주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애정한 나머지 한번 꽂히면 매일 같은 착장, 다양한 종류의 밥버거만을 먹게 되었다. 게으름뱅이들의 의리란..
그리고 어느덧 밥 버거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게 된남편과 나는 추가로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보통의 볶음밥을 만들 때면 재료 손질하다가 하루가 다 가지만, 이마저도 귀찮은 우리는 일단 한 번에 왕창 만들어 놓고 얼려두었다가 냉동밥 먹는 것처럼 해동해서 먹었고,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생겨 나름 맛있는 굴소스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이 생겨서였을까? 이번엔 그동안 엄마가 해준 음식에 대한 보답으로 김치 참치 볶음밥, 햄 많이 마니 볶음밥, 라밥 나밥 볶음밥을 만들어 친정에 가기로 했다. 남편이 요리를 나는 재료손질을 담당했다.
심지어 우리가 쓸 수 있는 활동 에너지는 길게 잡아 2시간이었으므로, 그 시간에 맞게 기본 재료는 같게 토핑만 바꾸어서 한 시간 만에 뚝딱! 만들었다.
그렇게 현란한 남편의 요리쇼가 끝나자 요리보다 무서운 산처럼 쌓인 설거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슬금슬금 남편 모르게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는데 이를 눈치챈 남편은 다급히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조!! 보조!! 어디 갔어요? 메인셰프를 기다리게 하다니!”
“아 셰프 죄송합니다 보조는 알바 시간이 끝나서요”
“아니 셰프가 아직 안 끝났는데 보조가 끝난 게 말이 안 되잖소”
“그럼 일당을 주시던가요.”
“…. 그건 어렵겠소 어차피 보조가 설거지하면 내가 다시 해야 하니 나와서 노동요나 불러주쇼 “
“어이구 저 짠돌이 그래 옛다! 같이 사는 의리 때문에 불러준다”
난 안방에 누워서 남편을 위해 개사를 한 노래를 불러준다.
“제목은 썸 아닌 쌈(싸움)이야. 요즘따라 내 거 인 듯 내 거 아닌 말 안 듣는 너~ 이젠 다 니 거라며 니 거만 있는 너~때론 내가 너를 칠 거 같다는 나의 말이 이젠 듣기 싫어졌다며 도망치게 됐어 “
다음 주) 게으른 부부가 밥버거 먹다가 만든 볶음밥을 들고 친정에 갔는데 그곳에서 벌어진 대참사
“어머니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요?”
“아그들아 그냥 아무 말 말고 엄마 아빠 하는 것만 따라하믄덴다”
게으른 인생에 위기가 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