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야감 Jan 12. 2024

혼자 있는 시간

19문장

"나 없는 동안 심심했지?"

"아니, 너무 재밌었는데"

"피-"


와이프는 가끔 혼자 시간을 보낸 나에게 저렇게 묻고 실망한다. 하지만 어쩌나, 나는 도무지 심심할줄 모르는 사람이다. 동시에 게임을 하며, 유튜브를 보며, 카톡을 하고, 책을 읽고, 노래 부르고, 망상을 하며, 글을 쓰는 주의산만 ADHD환자인 나의 뇌는 끊임없이 코드스위칭을 해낸다.


이렇게 뇌를 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멀티태스킹이라는 착각 속에 작업이 바뀌는 동안 새어나가는 리소스가 꽤나 크다는 것이다. 한 가지에만 제대로 집중해서 시간을 투자해야 퍼포먼스가 우수하다는 것. 나도 충분히 공감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나 슬프게도 나의 사주가, 나의 MBTI가 이러한 나의 성향을 이미 선험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게 카르마라고 생각하면 극복해야 하지만 그 힘이 무지막지하게 강한 것 같다. 덕분에 생긴 부산물은 심심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럴 수 있다는 것에, 내 사지가 멀쩡하다는 것에,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나아지고 있는 나라는 것에.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조언을 구할 땐 고독의 쓴맛을 조심스레 녹여 이를 느껴보도록 넌지시 전하지만 개개인의 상황은 각자마다 또 다른 것이지.


당시엔 고통스러울지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있는 것은 복이다. 시간을 발판으로 가진 자는 세상 무엇에도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채취가 없는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