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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an 10. 2024

채취가 없는자

18문장

나는 채취가 없다. 그건 어떤 여자들이 날 좋아했던 부분중 하나이다. 누군가는 채취가 없는 날 인식조차 못하기도 했을것이다. 나는 발걸음이 조용하다. 그래서 인기척이 적다. 내가 옆으로 지나갈때 그제서야 나를 알아차리고 놀라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의식하지 않은 나의 평소 목소리는 작다. 그래서 나의 음성이 누군가에게 쉽사리 닿지 못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그게 나라는 것을 알았다. 채취 없는자, 인기척이 없는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 하지 동시에 나는 채취를, 인기척을, 나의 존재의 농도를 의식적으로 조절할 줄 아는 자이다.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만큼만.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정도로만. 직관으로 크기와 양을 잴줄알고 필요한 만큼만 쏟아붓고 그만둔다. 그 보이지 않는 줄을 타며 살아온다.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시간과 공간의 틈바구니에서 나의 언어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알아차리지도 못할 그런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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