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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an 09. 2024

뜻밖의 떡볶이

17문장

히든싱어로 연결된 인연들, 놀랍게도 아직도 끈끈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라는 인생의 궤에서 도무지 연결되기 힘든 그들과의 접점이 여전히 소중하다. 지난번 모임 때 운을 띄워 신년맞이 1박 2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장소는 가평,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다. 나는 동근이 차를 얻어 타기 위해 보문역 쪽에서 그와 접선하기로 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그곳에 도착하여 간단히 점심을 때우려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울린 전화에 동근이의 말


"형님 식사 안 하셨으면 라면 드시지 마시고 여기 이모네 분식이라고 맛집 있으니까 거기서 드세요"


안 그래도 지나오다 눈여겨봤던 허름한 분식집이 있었는데 그 맛집 포스가 사실이었군. 얼른 편의점에서 빠져나와 그곳으로 향했다. 칼국수, 김밥, 라볶이, 손수제비, 떡볶이 등의 메뉴를 살펴보며 그래도 점심끼니인데 밥에 준하는 것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였지만 이곳은 분식집, 분식하면 떡볶이, 떡볶이 진행시켜.


뒤이어 들어온 손님이 손수제비를 포장하고 이어 합류한 동근이가 '이 집 손수제비 맛있어요'라는 확인사실을 해버리자 차선이었던 손수제비가 옳았나 싶었지만 이미 화로 위에는 떡볶이 육수 담은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잠시 후 나온 떡볶이 한 그릇. 치즈처럼 쫀득한 쌀떡, 깊은 육수맛에 맵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는 황금 밸런스를 맞춘 양념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정신을 놓고 집어 먹으며 연거푸 맛있다, 맛있다, 너무 맛있다. 대전에서 올라와 우연히 맛집을 알게 되었다고 주인아주머니께 스몰톡을 시도하였고 고향이 대전 근처 연산이시라는 말에 논산에 근무했던 나는 이리저리 아는 척, 어설픈 지연을 쌓아갔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입이 즐거웠던 그 값을 카드결제 대신 계좌이체로 치렀고 새해 인사를 전해드리며 가게를 나섰다. 꼭 다시 한번 돌아와 떡볶이를 다시 한번, 그리고 먹지 못했던 손수제비를 맛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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