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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은 연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그와의 데이트를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당시 여학생이 짧은 치마를 입고 등장하는 날에는 그 시골 대학교가 웅성웅성 들썩이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사랑하는 그녀를 어머니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께 무표정으로 데면데면하게 인사하는 그녀를 보며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에게 저렇게 싹수없이 대하는 그녀를 자신의 신붓감으로 둘 수 없었다.
그날부터 싸늘해진 그와 그녀는 그렇게 점점 멀어져 갔다. 몇 달 뒤 임용고시 학원에서 만난 그녀가 꼴 보기 싫어 그는 새로운 여자친구와 항상 맨 앞자리에 앉곤 했다.
어느 날 둘을 아는 한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
"너 걔랑 왜 헤어진 거야? 어머니가 치마 입은 거 안 좋게 생각하실까 봐 그날 그랬다는 건 알고 있었어? 걔가 너랑 헤어지고 몇 달 동안 얼마나 울고불고했는지 알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가끔 그녀를 추억하고, 아쉬워하고, 상념에 젖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