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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Mar 19. 2024

갑작스러운 행복 감지

23문장

올해 목표가 하나 있다. 아주 뚜렷한 목표말이다. 그것을 달성하면 당분간의 나의 삶이 매우 행복해진다. 이미 차고 넘치게 행복하며, 하루하루가 행복 레전드 갱신이지만, 고로 그것을 달성하면 행복사 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목표로 삼아 정진하려 한다.


그 목표를 위해 나는 수험생처럼 공부해야 한다. 진짜 수험생 시절에는 이 공부라는 것이 끔찍한 행위이다. 이것저것 이유를 갖다 댈 것도 없이 그냥 우리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대로 느끼고 있는 공부라는 이미지의 압도감, 답답함 그 자체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주도성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 행위는 더 이상 그 전통적 의미의 공부가 아니다. 내가 steering wheel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있는 navigation.  미지의 세계가 아닌 나의 경험과 직관으로 파악된 즐거운 길이다. 더군다가 이 공부는 나의 본분과 거의 100% 일치하기 때문에 직업윤리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행위를 하는 중에 문득 너무 행복하여 글을 남겨본다.


개학한 후 일주일간의 적응기가 필요하였다. 워낙 방학을 즐겁게 보내는 탓에, 그 온도차로 인하여 학기초기에는 적응기가 필요하다. 20명대에서 30명대로 늘어난 반 학생들에게 적응해야 하며, 배후가 드러난 곳으로 옮긴 교무실 자리에 적응해야 하며, 매일매일 해야 하는 수업준비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적응 기간은 딱 일주일, 3월 둘째 주부터 나는 또 벌써 행복해졌다. 그리고 오늘 교무실에 널찍하고 쾌적한 자리에서 내 본분과 개인적인 목적이 일치된 행위를 하는 나 자신을 3인칭으로 발견한 후, 행복에 비명을 지를뻔하여, 그 비명을 소리가 아닌 글로 이곳에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근래 글을 꽤 오래 쓰지 않았다. 쓸 소재는 계속 있어 단어로든, 문장으로든, 거의 완성된 글로 남겨두었지만 작가의 서랍에서 꺼내진 않았다. 식상한 소재나 아이디어는 딱히 글로 남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브런치가 2번이나 보낸 글쓰기 협박(?)에도 불구하고, 쓰고 싶을 때 쓸거다라는 기조를 유지하려 했으나 그 고집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상 갑작스러운 행복 감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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