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야감 Aug 14. 2024

타..탁구다!

40문장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것을 익힙니다. 운동도 하고 글도 쓰며 노래를 하기도 합니다. 그냥 즐거우려면 그대로 그만이지만 무엇 하나에 꽂혀 이걸 좀 잘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잘한다는 기준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발생하죠. 어떤 녀석이 나보다 노래를 잘합니다. 노래를 잘한다는 기준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0대 청소년에게는 직관적으로 고음이 잘 올라가냐를 가지고 따질 수 있겠습니다.


'나는 아무리 불러도 안 올라가는 노래가 저놈은 별 노력 없이 된단 말이지?'


억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 멋대로 연습을 해봅니다. 목소리를 얇게도 내보고 두껍게도 내봅니다. 얼핏 비슷한 음정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노래에 적용해 보려면 어림도 없습니다. 왜 안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쉽게 고음을 내는 그 친구의 노래를 다시 한번 들어봅니다. 내가 얼핏 냈던 그 느낌과는 분명 다른 결로 느껴집니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나름대로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입니다. 분명 내 발성이 똑바로 되지 않았음은 스스로 알지만 어떻게 눈속임이 가능하지 않을까? 과연 저 사람은 이 눈속임을 알아차릴까? 결과는요? 여지없습니다. 나의 노랫소리 몇 소절을 듣자마자 그 사람은 내 노래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컴퓨터처럼 짚어냅니다. 조금은 민망한 기분이 듭니다. 오랫동안 내가 한 방식이 이렇게 잘못됐나 싶은 자괴감도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니 나보다 뛰어난, 혹은 분야의 전문가 수준의 누군가에게 나의 미천한 것을 보이고 교정받는 순간들이 잦아집니다. 그때 그 기분이 언제 처음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 되었습니다. 막연한 뭉개 뭉개 구름 같은 곳에서 올바른 길이라는 빛 한 줄기가 내리쬐는 느낌이랄까요. 이제는 민망함보다는 설렘과 왠지 모를 두둥실한 안정감이 더욱 느껴지는 것입니다.


-


부부가 할 수 있는 운동인 탁구를 시작했습니다. 집 근처 큰 건물이 탁구센터인지도 몰랐습니다. 지인의 소개덕에 알게 된 그곳에서 레슨을 시작하여 지루한 기초동작을 꾸준히 연습합니다.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가끔 쳐오며 내 몸에 깃든 질 나쁜 습관들이 역시나 걸림돌입니다. 성격이 빠른 탓에 자꾸 공을 빨리 치려고 합니다. 탁구에는 그만의 리듬과 문법이 있다는 것이 점점 인식하게 됩니다. 매 레슨마다 코치님이 피드백은 거의 동일합니다.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그래도 노력합니다. 메타인지를 총동원하여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운동신경이 그리 좋지 않은 와이프와 열심히 센터에 출석했습니다.


탁구를 배운 지 3개월 차, 어제 드디어 와이프와 포핸드 랠리가 의미 있게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탁구 배우기 시작하며 오만한 적도 없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에 감정이 들쑥날쑥할 건 알았지만, 제멋대로 되지 않는 건 역시나 고통이었습니다. 그래도 기계를 놓고 치는 것보다 사람을 앞에 두는 것이 흥이 나기에 둘 다 어리숙한 실력으로 서로 마주 보고 공을 주고받아보았습니다. 서로 휘두르는 스윙의 횟수와 낭비되는 공의 갯수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이 흥건해져 주변 테이블에 누가 될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마침내 자비를 내어주던가요. 어제 마침내 오고 가기 시작한 공에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타.. 탁구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산물이 싫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