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존재의 나선(spiral)

by 전야감

한국에서 아파트를 산다는 건 단순히 집을 마련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사회에서 하나의 생존 방식이자 사회적 입지를 확보하는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하지요.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안정적인 삶의 기반이자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성벽, 그리고 때로는 계급을 나누는 기준처럼 작동하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집을 사는 일이 안식을 주기는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그 의미가 훨씬 더 절실하고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이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성과 한국 사회의 지정학적 조건, 그리고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끊임없는 변화와 흐름을 동력으로 삼습니다. 고정된 무언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와 시간의 흐름이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구조이죠. 아주 오래전, 최초의 인간이 본능이나 욕망에 이끌려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구조는 시작되었고 마치 나선처럼 팽창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폭탄 돌리기'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데요, 그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서 넘겨받은 불확실성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며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이 구조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폭탄이 정말 언젠가는 터질 것만 같은 불안감입니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국가부채 등, 우리를 둘러싼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위기를 경고하죠. 태어나자마자 빚을 안고 시작하는 삶이라는 표현은 이제 익숙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그 폭탄은 완전히 터지지 않습니다. 물론 피해는 생기고 누군가는 무너지고 고통받지만, 정부는 또다시 돈을 찍어내고 시스템은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폭탄이 만들어지고 또다시 누군가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이 구조는 멈추지 않고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생각해보게 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삶은 끊임없이 팽창하는 걸까요? 왜 우리는 멈추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며 더 큰 것을 추구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어쩌면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 팽창이 언젠가는 붕괴로 이어질 것 같은 막연한 예감. 그래서 우리는 그 불확실함 속에서 무언가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것을 붙들고 싶어 합니다. 아파트, 직장, 연금, 자산, 또는 전통적인 가치들 말이지요. 우리는 그것들이 우리 삶을 지탱해줄 거라고 믿고, 그 안에서 안정을 느끼고자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고정된 기준'을 갖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30대 중반에는 집을 사고, 40대에는 자녀 교육에 집중하며, 50대에는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식의 타임라인을 기준으로 삶을 설계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하루아침에 요동치고, 고용 불안정은 모든 세대에 걸쳐 퍼져 있으며, 기술과 트렌드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고정된 삶의 계획은 오히려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을 믿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그 기준이 무너졌을 때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삶의 기준은 바깥에서 주어지는 고정값이 아니라, 스스로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는 '내부 기준'이어야 합니다. 흐름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자본주의 구조는 본질적으로 유동적이고, 시간은 어떤 것도 고정된 상태로 두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점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불변의 구조란 없고 우리 삶도 흐름과 변화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요, 중요한 건 그 팽창을 두려워하거나 억지로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라 하겠습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놓아보는 것. 흘러가되 휘둘리지 않고 변화하되 나 자신을 잃지 않는 태도 말입니다. 확장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은 안정이라는 환상을 붙드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불확실성과 흔들림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도 유연하게 존재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삶은 멈추지 않고 자본은 계속 나선형으로 움직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흔들림 없이 흔들리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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