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지으려는 시도

by 전야감

제 사주에서 저는 2가지에 주목합니다. 한 가지는 1개만 있어도 좋지 않다는 흉살인 백호살이 3개나 있다는 것. 예전 같으면 길 가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갈 팔자, 피를 봐야 하는 살이라고 합니다. 그 호랑이가 현대 사회에서는 자동차로 형상화되기에 교통사고도 빈번할 수 있다는 것. 몇 년 전 자동차 그릴에 박은 고라니를 낀 채 다닌 일이나 얼마 전 퇴근길에 15분 간격으로 고양이와 고라니를 친 게 괜히 있는 일이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작년에 칼이 손을 크게 벤 일도 떠오르네요.


하지만 이 큰 기운을 좋게 돌려내면 오히려 흥할 수 있다고 합디다. 외과의사가 되어 피를 보는 수술을 하는 게 베스트이겠으나, 큰 범주에서 활생업에 종사하면 된다는데 교사로서의 일이 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타인의 인생에 대한 오지랖이 결국엔 내가 살기 위한 나의 생존기제였구나라고 깨닫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점은 바로 오행 중에 금(金)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토(土)가 과다하여 이로 인해 호흡기나 비염, 아토피 등을 앓을 수 있다는데 이것 또한 슬프게도 사실입니다. 동시에 금의 부재로 상기의 증상이 더 심해지는 양상입니다. 평생을 비염과 아토피로 고생하며 사는데 이게 운명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기도 합니다.


또 금이 없음으로써 저는 결단력이 부족하거나, 무엇인가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라든지, 문서나 법률 등에 약하다든지 하는 결점을 지니게 됩니다. 각종 분야에서 초반의 퍼포먼스에 비해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이나 스포츠 등의 짧은 짧은 장면에서 빠르게 포기하는 경향이 바로 여기서 기인하는가 싶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성격적으로 가장 대조를 보이는 것이 이점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다소 무식해 보일지 몰라도 한번 물면 끝까지 늘어지는 집요함이 대단합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예를 들면, 제 눈에는 이미 승부가 다 기울었음에도 끝까지 놓지 않고 상대를 괴롭히려 하죠. 그런 경우 대부분 제 예상대로 패배로 끝나곤 하지만 놀랍게도 가끔 역전하는 사례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 빠르게 포기하는 성향은 최근 제가 탁구를 배우며 심각하게 느끼는 점입니다.


탁구는 구기 종목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공이 오고 가기에 작은 움직임에 매우 예민해야 하고 공격 후 다음 수비, 다음 공격이 숨 쉴틈도 없이 연계됩니다. 그렇기에 한 번의 공격모션은 재빠르게 다음 움직임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저는 여기서 매번 큰 실수를 저지릅니다. 큰 공격을 하고 나면 마치 게임이 끝났다는 듯이 다음 스윙을 위한 동작 없이 온몸의 긴장을 풀어버리는 것이죠. 아마 속으로 이 정도 공은 절대 못 받겠지 하는 오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공을 속히 얻어맞아 손도 못쓰고 허무하게 실점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못 받을 것 같은 공도 끝까지 움직여 받으려는 집요함도 거의 없습니다. 공이 저 멀리 가는 순간, 제 내면의 관성이 "아 어차피 못 받아"하며 몸을 중지시키는 듯합니다.


이런저런 곳에서 저는 저의 금부족을 목격합니다. 이걸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금 기운이 있는 물건, 상징, 행위를 가까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직관적으로 몸에 금붙이 장신구를 하고 다니면 좋다고 합니다. 결혼반지를 꼈다 안꼈다 했는데 올 2월부터는 낀 채로 생활해오고 있습니다. 익숙해지니 자연스러워지더군요. 더불어 스틸 손목시계도 매일 차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무언가를 잘 정리하고 규율을 잡는 행위가 도움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인생에 없던 습관하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부자리 정리입니다. 잠자리의 이불을 일어난 채로 둔다고 딱히 더 더러워지는 것도 아니니 기상 후에 이불의 모양새에 대해 신경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바쁘지 않아도 왠지 바쁜 것 같은 아침 출근 준비 때 넓은 침대 양쪽을 오가며 이불을 판판하게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하루의 시작을 이부자리 정리로 시작한다면 조금씩 내 인생에 강건한 금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째 이불로 소복이 잘뎦혀진 침대 이부자리를 만들고 그 정갈함을 바라보며 집을 나섭니다.


아, 아까 바탕화면 정리도 깔끔하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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