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대천에서는 잘 놀고 들어갔어? 어떻게 거기서 만나냐. 그때 숙소에 짐 풀고 나가려는데, XX도 와있다고 해서 어, 설마 누나 와있나 하고 두리번대니까 막 신나서 나가려고 하던 거 보이던데"
"그러게 진짜 신기하더라. 신난 건 아니고 그때 행사 끝나고 밑에 택시 불러놨다고 빨리 내려오래서 허겁지겁 나가고 있어서 그랬어"
"술은 얼마 안 먹고?"
"응 맥주 딱 한 잔 먹었지. 다른 사람들은 왜 이리 술을 좋아하는 거야. 술 안 먹고 좀 멀쩡하게 이야기하면 좋을 텐데. 근데 그래도 오랜만에 온전히 자유를 느끼니까 너무 좋더라. 진짜 결혼하고 15년 만에 처음이었어. 밖에서 외박하는 거"
"나도 저번에 연수 갔을 때 같이 가신 분이 출산 이후에 처음 이렇게 외박해 보는 거라고 눈물까지 흘리더라니까. 자유가 참 소중하긴 해"
"그래 맞아. 그나저나, 결혼 생활은 좀 어때?"
"나야 뭐 너무 좋지. 벌써 결혼한 지 1년이 됐네. 신혼여행 갔다 오자마자 코로나 걸려가지고 진짜... 하.."
"그 누구더라... 그 나랑 같은 부서 계셨던 분 그 부장님 누구시지. 그분이 너 신혼여행 갔다 오자마자 코로나 걸렸다고. 근데 그러고서 계속 출근했다고. 나도 그 얘기 듣고 어이가 없어서"(가벼운 웃음)
"최성희 부장님? 그분이 말씀해 주셨어? 그렇게 뒷얘기가 있었구만. 뭐 당연히 그랬겠지. 근데 뭐 어때. 내 앞에서는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도 없었어. 오히려 갔다 오니까 걱정해 주고 그때만 해도 걸린 사람 별로 없어서 신기해하고 오히려 영웅 대접받는 거 같던데"
"어어 맞아 최성희 부장님. 그때쯤 통화했었거든. 그러고서 내가 너한테 전화했잖아"
"그러게. 누나 본 지도 결혼하기 얼마 전이니까 우리 본 지도 1년이 넘은 거구나. 누난 요즘은 좀 한가해?"
"이번 주만 좀 시간 있어. 이럴 때 만날 사람들 몰아가지고 이렇게 겨우 만나. 좀 이따 치과도 가야 되고"
"만남 주간이네. 근데 누나 원피스 입은 거 처음 본다."
"그래? 나 자주 입는데? 아 같이 근무할 때는 별로 안 입었었나"
"응, 한 번도 못 본 거 같아. 그때는 청바지만 맨날 입고 다녔던 거 같은데"
"그랬나 보네. 와이프는 지금 일하는 중인가?"
"응 출근해 있지. 여기 칼국수 진짜 맛있네. 지나가면서 매번 보기만 하고 한 번도 먹어보질 못했네. 이렇게 맛있는데"
"그치? 저 지난주에 회식한다고 여기 왔었거든. 맛있어서 또 먹어도 좋겠다 싶어서 오자고 했어"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긴다)
"이 시간에 사람 바글바글하네"
"좀 시끄럽긴 하다. 뭐 마실래?"
"나 아이스 카페라테"
"응 주문하고 올게"
"내 친구가 2년 전에 다른 친구 결혼식 날 지금 사귀는 여자친구랑 여기서 첫 데이트했었거든. 뷰가 좋긴 좋다"
(담소를 나누고)
"그래서 와이프랑 임신 계획은 어떻게 돼가?"
"안 그래도 요즘 집중하고 있지. 아.. 이게 좀 그런 게, 코로나 걸리고 나서 이게 코로나 후유증인지는 모르겠는데, 약간 성욕? 정력? 이 좀 떨어진 거 같아. 그리고 그 딱 맞는 날짜가 있으면 그때 맞춰서 정확히 하는 게 쉽지가 않더만. 한 달에 유효한 날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또 당일에 둘 다 컨디션이나 상황이나 이런 타이밍 같은 게 딱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더라고"
"그게 열심히 준비한다고 되는 거도 아니고 또 안 한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야. 내 동생이 와이프랑 나이 차이가 꽤 나거든, 7살인가 8살인가? 결혼한 지 이제 3년 돼가는데, 내 동생은 원래부터 아이 안 갖자 주의야. 결혼하면서부터도 와이프한테도 그렇게 말하고 결혼한 거였고. 근데 그게 또 혼자만 그렇게 정할 문제는 아니잖아. 와이프는 간절히 원할 수도 있으니까. 둘이 그래서 어찌어찌 아이를 가졌는데 금방 유산이 됐어. 그러고 나서는 더 상심이 컸는지 아예 가지려고 안 하더라고. 나이는 동생이 많지만 왠지 올캐쪽에 문제가 좀 있나 싶기도 하고. 그 이후로는 그 얘기를 아무도 입에 안 올려서 나도 묻고 있지는 않아."
"아.. 또 그런 경우가 있었구나. 동생 있는지도 몰랐네. 누나가 결혼을 서른 때 한거 맞나? 그리고 셋째를 언제 가진 거지?"
"서른아홉? 아 서른여덟에 생겨서 서른아홉에 낳은 거였지"
"그래? 꽤 최근에 낳은 거였구나"
(잠깐 지나고)
"누나 근데 연예인 했어야겠다"
"무슨 소리야?"
"예쁘잖아. 이 정도면, 아 이 정도면 이라는 말이 급이 낮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누나 정도 미모면 연예인 하기에 충분하다고. 이 나이에 이 미모면 어마어마한데"
"아유 됐어. 끼도 없는데 연예인은 무슨"
"예전에 길거리 캐스팅 같은 거 받아본 적 있어?"
"어.. 20살 때 명동 쪽에서 한번?"
"아 진짜 있어? 설마 하고 물은 건데 있긴 있구나?"
"거리에서 친구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자 한 명이 와서 별말 없이 명함 주고 가더라고.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고. 그 누구더라.. 아 고수? 그때 당시 고수 있던 기획사였어"
"그때 갔으면 진짜 연예인 했겠는데. 포스트 이영애 됐던 거 아니야?"
"나 아는 친구들도 가서 연습생하고 준비했던 애들 있는데, 들어보니까 가서 이거 이거 이거 고치라고 말한대. 그러니까 일단 기본 판을 보고 될만한 애들 뽑아가서 다 고치는 거지. 난 그냥 내가 좋고 뭘 고치고 바꾸고 싶은 마음 전혀 없었거든. 그것 때문에라도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 그거 준비한다고 하던 애 몇 년 지나서 보니까 전혀 못 알아보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