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문장
어린아이가 미끄럼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마침내 올랐을 때 그곳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깨달았고 공포가 엄습해 왔다. 가파른 미끄럼틀에 몸을 던질 자신이 없었고 올라온 사다리를 거꾸로 내려갈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어찌할 바 모른 채 눈물이 터졌다. 아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엄마와 이모는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해 질 무렵의 짙은 주황빛 하늘과 먹먹한 구름, 빌딩의 첨탑에 발 하나 겨우 딛고 있는 듯한 아슬함, 기묘하게 끼끼대는 두 여인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아이에겐 평생의 트라우마를 전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