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야감 Dec 28. 2023

권토중래

13문장

어느날 스키장에서 26살의 의대생과 28살의 미대생이 만났다. 그와 그녀는 태생부터가 달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둘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대대로 공직을 지내거나 의사를 배출한 그의 집안에는 그에 걸맞는 사람만 깐깐하게 맞아들였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그의 아버지는 미술하는 여자를 자신의 며느리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그러들지 않는 몇년간의 사랑으로 그들은 마침내 부부가 되었다.


그들 사이에서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태어났다. 똘똘하고 공부를 곧잘하던 아들에게 가문의 모든 주의가 집중되었다. 애석하게도 그는 대입에서 당연히 의대에 갈것이라는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고모들, 가문의 기준을 통과한 고모부들, 또 화려한 가도를 달리는 그들 자식들의 조롱과 멸시가 그와 그의 어머니에게 쏟아졌다. 아버지의 냉정함과 어머니의 감수성을 물려받은 그는 이를 철저하게 곱씹어 권토중래를 다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 돌연변이는 그의 집안에 미증유의 업을 쌓아올리려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파온라인과 비트코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