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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 주인의 세계명작 읽기 <걸리버 여행기> 3

by 조옥남 A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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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본 인간은, 생각보다 연약했다


문구점에서는
사람과의 거리가 늘 일정하지 않다.
어떤 날은 계산대 너머로 말 몇 마디만 오가고,
어떤 날은 같은 자리에 서서 조금 더 길어진다.

가까워지는 순간은 대개 소리 없이 온다.


걸리버는 이번 여행에서 거인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는 더 이상ㅜ커다란 존재가 아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작은 인형처럼 조심스럽게 옮겨진다.

거인들은 그를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얼굴의 주름, 숨을 고를 때의 떨림,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연약함.

멀리서 보았을 때는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가까워질수록 또렷해진다.

걸리버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보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쉽게 드러나는지를 먼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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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에서도 그런 순간을 만난다.

계산대 앞에 서서 말을 고르다 멈추는 사람,
연필을 쥔 채 한 번 더 가격표를 바라보는 아이.

가까이서 보면 누구나 조금 망설이고, 조금 흔들린다.
괜찮아 보이던 사람도 그날의 피로를 그대로 안고 있다.

멀리서 보면 다들 단단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조심스러워지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문구점에서 말을 조금 낮춘다.
설명을 길게 하지 않고, 결정을 재촉하지 않는다.

걸리버가 거인들의 손길 속에서 배운 건
힘의 크기가 아니라 시선의 거리였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가 보이고,
너무 멀면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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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 주인의 생각>

가까이 본다는 건,

더 잘 안다는 뜻이 아니라

더 조심하게 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서 볼 때 더 조심해져야 한다.

문구점은 오늘도 적당한 거리를 지킨다.
다가서되 넘지 않고 보되 판단하지 않는 거리.

그 거리 덕분에 사람들은 조금 더 편안해지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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