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트위스트
문구점 주인의 세계명작 읽기 <걸리버 여행기> 4
by
조옥남 Ayuna
Jan 15. 2026
아래로
하늘에 머문 생각은, 땅을 잊고 있었다
문구점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래를 보게 된다.
연필의 끝, 노트의 모서리, 손이 닿는 자리들.
이곳의 일은 대부분 눈높이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생각도 자주 삶의 높이에 머문다.
걸리버는 하늘에 떠 있는 섬, 라퓨타에 도착한다.
이곳의 사람들은 늘 위를 본다.
계산과 공식, 연구와 이론에 온 마음을 기울인다.
말은 많지만 시선은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잘 보지 않는다.
생각은 높아졌지만, 발은 땅을 잊은 듯하다.
문구점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다.
머릿속으로는 계산이 먼저 돌아가고, 손은 그다음에 움직일 때.
맞는 선택인지, 효율적인지, 손해는 없는지.
생각이 앞서가면 사람의 얼굴이 잠시 뒤로 밀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잠깐 멈춘다.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든다.
문구점은 생각보다
사람이 먼저인 곳이기 때문이다.
걸리버는 라퓨타를 떠나며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틀린 말은 없었지만, 닿지 않는 말들이었다.
높은 생각은 있었지만, 함께 걷는 발걸음은 보이지 않았다.
문구점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아래를 본다.
계산대 위, 손이 오가는 자리, 잠시 머무는 눈빛들.
<문구점 주인의 생각>
생각이 높아질수록
다시 돌아와야 할 자리는
삶의 높이일지도 모른다.
문구점은 오늘도
땅 위에 있다.
그래서
사람의 무게를
조금은 더 잘 안다.
생각이 멀어질수록,
돌아와야 할 자리는
늘 손이 닿는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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