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강자가 아닌 약자의 병법

by 손윤


2017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한 고교 야구부는 3,989개교. 그 가운데 여름 고시엔 대회(전국고등학교 야구 선수권대회) 예선에는 3,839개교가 참가했다. 본선 진출교는 고작 49개교. 단순 계산한 경쟁률은(지역에 따라 참가 학교 수가 다르므로) 78.3 대 1이 된다. 게다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출전교에서 공립교가 사라지고 사립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고교야구도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게 아니라 전문 야구 선수의 독무대가 된 것이다.


그런 무대를 향해 도쿄대 최고 진학률을 자랑하는 가이세이 고교 야구부가 도전장을 내고 있다. 가이세이 고교 야구부의 환경은 황사의 진원지 커얼친 사막만큼이나 황량하다. 부원 대다수가 고교에 와서 처음 야구를 접한 데다가, 운동장 연습은 주 1회 3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2005년 히가시도쿄대회(여름 고시엔 예선)에서 16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 원동력은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작전과 단점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장점만을 살리는 연습 방법에 있다. 잘하든 못하든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수비 연습은 하지 않고, 오로지 타격 연습만. 그것도 번트나 상대 실책을 노린 공을 맞히는 데 열중하는 것이 아닌 힘껏 휘둘러 장타를 노린다. 즉, 한두 점 차이 승리가 아닌 콜드게임 승리가 목표다. 모 아니면 도. 이것은 기본 실력 차이가 커, 같은 야구를 해서는 다른 학교를 이기기 어렵기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것이 2005년에는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팀 타율이 무려 4할 5푼이었다. 결국, 일본 야구의 기본이란 것 - 지키는 야구나 장점보다 단점을 메우는 연습, 스윙보다 볼넷을 얻어 걸어나가려는 타격 등을 버리고, 그 역(逆)을 취한 것이다. 발상의 전환. 그것이 역전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또한, 야구를 즐긴다는 야구의 기본 속성도 엿볼 수 있다.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승리로 이어진다. 그 즐거움과 승리를 향해 가이세이의 도전은 계속된다. 언젠가는 고시엔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왜냐하면, 야구는 약해도 이길 수 있는 스포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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