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팀원으로 거듭나기까지
해리(빌리 크리스탈 분)는 야구로 치면 오로지 공만 때리는 선수다. 타자가 아닌 공만 때리는 선수라고 한 것은, 그는 주루나 수비 등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지명타자나 다른 야수와도 구분된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도 누상에 나가서는 주루는 한다. 그의 타자 본능은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가져온 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옷가지 등이 들어 있을 더플백 2개랑 야구 배트가 전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날아오는 공을 치는 것뿐. 타구를 잡거나 던지거나 뛰거나 하는 것은 그의 영역이 아니다.
해리에게 야구는 단체 스포츠가 아닌 개인기량(타격 기술)을 다투는 개인 종목이 된다. 시카고에서 뉴욕을 향해 가는 차 안에서 해리가 샐리(맥 라이언 분)에게 한 말을 떠올려보자.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섹스라는 문제가 늘 끼어 있으므로,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이것을 남녀가 아닌 야구로 살짝 비틀어 보면, "나와 (설령 팀원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해도) 너 사이에는 성적이라는 문제가 늘 끼어 있으므로,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가 된다.
즉, 해리는 이기적인 선수다. 예를 들면 타격 연습 시간이 1시간밖에 없다고 해도,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쳐야 한다. 다른 선수의 타격 연습 시간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이. 자기의 타격감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배트를 휘두르고 나서는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다른 선수들이 수비나 주루 연습에 뻘뻘 땀을 흘려도, 그것은 자기와 상관없는 일일 뿐이다. 그에게서 팀플레이는 눈곱만큼도 찾기 어렵다. 오로지 치는 것. 그것이 그의 목적이며 목표다.
그런 점에서 그는 테드 윌리엄스와 닮았다. 하지만 윌리엄스와의 차이점도 명확하다. 윌리엄스는 적어도 타격의 진수를 추구하는 구도자적인 자세가 있었고, 그것이 팀에 좋은 영향을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해리는 다르다. 그에게는 윌리엄스와 같은 정교한 선구안도 타격 기술도 없다. 마음에 들 든 들지 않든 여자를 만나면 반드시 잠자리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그 행위가 끝난 뒤,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그 자리를 떠난다. 상대의 감정, 여운 따위는 그의 머릿속에 없다. 상대의 립서비스(예를 들어 가짜 오르가슴 등)에 만족하며, 역시 나는 최고 타자라고 착각할 뿐이다.
그런 이기적인 공을 치는 남자 해리도 샐리와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서서히 변화를 일으킨다. 팀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자신은 물론, 상대도 팀원 가운데 한 명임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영화는 천생연분인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만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남 속에서 서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 서로를 팀원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 얼마큼 시간이 걸릴지는 누구도 모른다. 때로는 눈길 한 번에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강산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안 되기도 한다.
그만큼 팀워크란, 말처럼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도, 마음을 터놓는 소통도 필요하다. 그런 시간이 쌓여야 하는 법이다. 해리와 샐리가 첫 만남에서 친구가 되기까지, 그리고 연인이 되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