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황혼

세대를 잇는 캐치볼

by 손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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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버지의 황혼'(Dad/1989년)은 인생과 가족애를 떠올리게끔 한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에는 야구가 있다. 암에 걸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 제이크(잭 레몬 분)는 열광적인 다저스 팬이다. 그런 아버지와 오랫동안 많은 것을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아들 존(테드 댄슨 분).


그들은 캐치볼을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주고받는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캐치볼이 내리사랑이라면, 늙은 아버지와 다 큰 아들의 캐치볼은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담겨져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무언으로 번갈아 주고받는 공. 거기에는 서로의 사랑과 삶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둔 제이크는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가 맞붙은 월드시리즈를 떠올린다. 시리즈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양키스가 이겼지만, 그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특히, 제이크가 존에게 들려주는 6차전이 그랬다.


"양키스 중견수는 슈퍼스타 조 디마지오였다. 다저스 좌익수는 경기 도중에 출장한 알 지온프리도. 6회 말 다저스는 8-5로 앞서고 있었다. 2사 1,2루 상황에 타석에는 디마지오가 들어섰다. 디마지오는 좌익수 쪽으로 큰 타구를 때려냈다. 그 타구를 보면서 디마지오도 팬도 모두 홈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온프리도가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뛰어오르며 펜스 쪽으로 글러브를 낀 손을 뻗어, 디마지오의 3점 홈런을 잡아냈다. 믿기지 않는 파인플레이였다."


이 사실을 제이크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이 플레이에는 뒷이야기가 남아 있다. 디마지오는 2루를 향해 뛰다가 지온프리도가 잡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화가 나서 필드의 흙을 발로 찬다. 항상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 또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에서는 노력만 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온프리도는 1944년 피츠버그 파이러츠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해, 1947년 5월 트레이드돼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177에 그쳤다. 당연히 이해가 그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무대였다. 그런 선수가 월드시리즈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슈퍼스타의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는 활약을 펼친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것. 이것이 야구가 주는 의외성의 묘미기도 하다.


그전에 아버지가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된 잭은 제이크만을 위한 좌석을 만든다. 다저스 경기가 펼쳐지는 TV 앞에 마늘빵이 있다. 그 경기에서 뉴욕 메츠의 선발 투수는 드와이트 구든. 그를 보며 제이크는 밥 깁슨을 떠올린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고 불같은 강속구를 던진 깁슨. 사실, 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 투수는 있어도, 그보다 더 마운드에서 투쟁심을 불태운 투수는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밥 깁슨이 은퇴한 뒤,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야구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여러 차례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필드에서 플레이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은 그다지 아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잃어버린 일상을 아쉽게 생각한다. 즉, 야구를 둘러싼 온갖 생활을. 그 활기 넘치던 인생을. 그러므로 야구를 잃은 것은 확실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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