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업-이별후애

야구와 무기한 열애 중인 핫도그 이야기

by 손윤


한때 '염소의 저주'로 유명했던 시카고 컵스는 "야구는 태양 아래에서 하는 것"이라는 전통을 굳건하게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1988년까지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는 조명시설이 없었으며, 지금도 낮 경기를 중심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 리글리 필드가 나오는 영화 가운데 하나가 '브레이크업-이별후애'(The Break-Up/2006년)다.


지역 라이벌 화이트삭스의 팬인 친구와 함께 리글리필드를 찾은 게리(빈스 본 분). 컵스다운(?) 한심한 플레이에 열불이 났을 때, 브룩(제니퍼 애니스턴 분)이 눈에 띈다. 첫눈에 반한 그는 핫도그로 계기를 만들어, 열애의 바다에 풍덩. 그러나 함께 생활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조그마한 간격이 생기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연애도 세상사도 뜨겁게 달아오른 만큼, 차갑게 식는 날은 반드시 찾아온다. 핫도그로 맺어진 게리와 브룩의 '핫한' 기한은 고작 2년이었다.

사실 뜨거움과 차가움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뜨거우니까 차가움을 알고, 차가우니까 뜨거움을 느낀다. 핫도그 역시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1901년, 추운 어느 날.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폴로 그라운즈는 어린 판매원들의 한탄으로 뒤덮였다. 판매량의 비율로 돈을 받는데, 추운 날씨 탓으로 맥주나 소다수 등이 전혀 팔리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음식물 판매권을 가진 해리 스티븐스가 구운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를 끼운 롤빵에 겨자를 발라 판매하게끔 했다. 추운 날씨에 웅크리고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에게는 '천하일미'. 당연히 이 빵은 폴로 그라운즈의 명물이 됐다.

그런데 이것을 맛본 이 가운데 뉴욕포스트에 만화를 그리던 토마스 도건도 있었다. 그는 가늘고 긴 소시지가 들어간 빵을 다리가 짧고 몸통이 긴 닥스훈트에 빗대, 혀를 내고 돌아다니는 만화를 그리고는 ‘핫도그’라고 이름을 붙였다. 야구의 오랜 연인인 핫도그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물론, 이것은 핫도그의 탄생과 관련한 여러 설 가운데 하나다).

야구 인기와 함께 핫도그는 대중화됐지만, 지나온 길이 항상 밝았던 것은 아니다. 1913년 코니아일랜드 지역에서는 핫도그가 홍길동으로 둔갑했다. 개고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핫도그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1920년 이후로는 강력한 도전자 햄버거에 대중음식의 최고 자리를 빼앗겼다. 그래도 야구장에서 핫도그의 지위는 굳건하다. 구장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핫도그가 팔리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한 시즌 동안 30개 구장에서 모두 2,200만 개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야구와 핫도그의 사랑은, 게리와 브룩과는 달리 찰떡궁합. 첫눈에 반해 불같이 타오르는 데 이어, 그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른다.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관중석에 앉아 핫도그를 한입 가득 베어 물고, 녹색의 필드를 바라본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 야구의 맛이 있다면 이것일 것이다. 게리와 브룩과는 달리 핫도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잊지 않으면서도 야구 속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그것이 한 세기를 넘어서도 사랑이 식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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