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맥클라우드

'거대한 새장' 애스트로돔 이야기

by 손윤


2016년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이 개장하며 KBO리그에도 돔구장 시대가 개막했다. 야구는 실외 스포츠지만, 고척돔에서는 실내 스포츠가 된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계 최초의 돔구장은 과거 휴스턴의 홈구장인 애스트로돔이다. 거대한 지붕이 덮인 애스트로돔은 1965년에 개장했으며, '세계 8번째 불가사의'가 그 캐치프레이즈였다.


서부극의 본고장인 텍사스에 돔구장을 만든 이유는 비가 아닌 더위 때문이었다. 여기에 구장 근처에 습지대도 있어, 모기떼도 극성을 부린 것도 한몫했다. 길이 2cm나 되는 모기에 물리면 말도 쓰러질 정도. 아무리 야구에 미쳤다고 해도, 그런 모기에 물릴 각오를 하고 경기를 보러 올 팬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애스트로돔을 지을 때, 가장 골치를 앓았던 문제는 천장 높이다. 어느 정도 높이면 타구에 맞지 않을까. 그 적절한 높이를 놓고 갑론을박. 결국, "그때까지 가장 높은 뜬공을 친 이는 베이브 루스다. 그 타구의 높이에 지붕을 세우면 타구가 맞을 걱정은 없다"며 63.4m가 됐다. 애초 천연잔디를 깔았지만, 햇볕에 천장이 새하얗게 보여, 수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천장을 아크릴로 교체했는데, 이번에는 잔디가 말라 죽었다. 그래서 이듬해 인조잔디를 깔면서 완벽한 인공 녹원이 탄생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외벽과 철골과 아크릴로 덮인 천장, 그리고 인조잔디.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가전기기가 로봇으로 변신해도 이상할 게 없는 공간이다. 그 삭막하며 음침한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청년에 관한 이야기가 영화 '운명의 맥클라우드'(Brewster McCloud/1970년)다. 브루스터 맥클라우드(버드 코트 분)는 애스트로돔 지하실에 숨어 살면서 인공의 날개를 만들며, 하늘을 날기 위한 체력을 단련한다. 그리고 그를 지켜주는 등에 날개 흔적의 상처가 있는 수수께끼 여성(샐리 켈러먼 분). 그들과 얽힌 살인사건과 함께 이야기는 진행되어 나간다.


거장 로버트 알트만 감독은 애스트로돔을 거대한 새장에 비유한 것. 결국, 맥클라우드의 꿈은 그 새장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에 있다. 그러나 성에 눈뜬 맥클라우드는 날개 잃은 천사를 배신하며, 그 꿈은 전설 속의 이카로스가 그랬던 것처럼 파국을 맞이한다. 영화 속 조류 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구는 고대로부터 인간에게 있었다. 하지만 꿈의 실현은 멀다. 인간은 정말로 꿈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꿈의 정체를 명확하게 하자.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가? 아니면 하늘을 나는 것을 통해 자유를 획득하는 게 꿈인가?" 즉, 맥클라우드는 하늘을 나는 것에 그친 것. 자유를 얻지는 못했다.


이것을 살짝 바꾸어보자. 비 오는 날에도 야구를 하는 게 꿈인가? 아니면 비 오는 날에도 야구를 하는 것을 통해 팬에게 감동을 주는게 꿈인가? 전자가 아닌 후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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