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글혼

과거의 성공은 현재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by 손윤


심리학 용어 가운데 무드셀라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다고 생각하고서는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과거의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겨두는 기억의 왜곡현상을 가리킨다. 그 대표적인 게 남자의 군대 추억. 현실은 시궁창인데도, 즐거웠던 한때로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힘들었던 '신병'일 때가 아닌 편했던 '왕고'(혹은 '투고' 이상)일 때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무드셀라 증후군이 떠오르는 영화가 '맹글혼'(Manglehorn/2014년). 주인공 맹글혼(알 파치노 분)은 가난한 열쇠공으로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그가 성공한 아들이나 은행 직원 던(홀리 헌터 분), 아들의 동창생이면서 야구부 제자 등과 섞이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지내는 것은 과거 자신을 떠난 클라라라는 여성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은 삶을 오로지 과거를 그리워할 뿐, 삶의 의욕이 없는 고독한 노인. 즉, 그에게 삶은 죽기 위해 살아가는 나날일 뿐이다.


미래에 희망이 없으므로, 오로지 과거에서 희망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것이 매일 사랑했던 여성 클라라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답장은 없다.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에게는 딱 좋다. 그녀의 답장이 없는 만큼, 그의 과거를 향한 희망은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에게 희망이란 이루어지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부질없이 이어지는 데 있다.

영화에서 야구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아들이나 동창생의 대화 등에서 맹글혼이 야구부 감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동창생의 회상이다. 맹글혼을 최고의 감독으로 받드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그의 카리스마. 비가 오는 날 경기 중, 벼락을 맞아 불붙은 강아지를 통해 나타난 신화적인 영웅담에 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린아이의 눈이며 과거의 일이다. 그렇다. 맹글혼 자신은 물론, 주위도 그를 기억하는 것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좋았던 시절. 그것이 어느 시절이냐는 엇갈림만 있을 뿐이다.

아마 그는 성공한 야구 감독일 것이다.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를 보관한 창고 한쪽에 상패가 여러 개가 보인다. 그러나 성공이 꼭 좋은 감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과거의 성공이 반드시 현재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과거 성공했던 이가 복귀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그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성공에 집착한 것, 혹은 바뀐 현재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과 베테랑의 기준은 생물학적 나이에 있지 않다. 젊은 감각에 있다. 여기서 '젊다'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이다. 바뀐 현실에 맞춰 얼마큼 변화를 주며 적응하는 능력이 있느냐가 생명선인 것. 그렇지 못할 때는 이 영화의 상투적인 메타포인 고목이나 열쇠, 배, 꿀벌 등이 그렇듯, 안타까움을 넘어 지루함만을 줄 뿐이다. 노인의 옛이야기나 독백만큼이나 애처로운 것은 없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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