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윅스 노티스
로맨틱 코미디와 프로야구의 공통점
흥행에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는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이며 둘째는 그 장면이나 출연진의 감정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그리고 셋째는 현실에서는 꿈과 같은 기적의 실현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 /2002년)는 실패한 영화다.
미국에서 회사를 그만둘 때, 2주 전에 알려줘야 한다는 뜻을 가진 제목을 그대로 차용해 한국 영화 팬에게는 와닿지 않는 점도 있지만, 우선 여자 주인공이 산드라 블록이다. 한때는 '옆집 누나'와 같은 편안함을 주는 매력이 있는 배우였지만, 이때 이미지는 이미 '옆집 아줌마'에 가까웠다. 여기에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이어지는 등 개연성도 떨어진다. 변호사로 사회운동가인 산드라 블록과 백만장자인 휴 그랜트가 함께 일하게 되는 계기나 그 후에 일어나는 둘의 조화와 불화, 그리고 화해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산만하게 그려진다. 빠른 시간 흐름 속에 둘의 관계는 표피적으로 느껴져 공감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볼 필요는 있다. 뉴욕 메츠의 홈구장을 찾은 두 주인공. 샌프란시스코의 유니폼을 입은 신조 쓰요시와 메츠의 포수 마이크 피아자가 등장한다. 파울볼을 둘러싼 피아자와 블록의 돌발 사태는, 그 경위는 다르지만, 2003년 NL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에 일어난 '파울볼의 저주'의 예고편처럼 느껴질 것이다.
관중석으로 날아든 파울볼. 그것을 잡으면 그 관중의 것이 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파울볼을 잡아도 되돌려줘야 하던 시절도 있었다. 파울볼을 잡으면 그것이 관중의 것이 된 최초의 사례는 1916년 컵스였다. 그러나 모든 팀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23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파울볼을 집에 가지고 간 11살 소년을 절도죄로 고소했다. 소년은 하룻밤을 유치장에서 보낸 뒤, 풀려났다. 이 하룻밤은 소년을 필리스가 아닌 지역 라이벌인 애슬레틱스의 팬으로 개종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스포츠에서 어린이는 매우 중요하다. 장래 선수 수급이라는 측면과 함께, 안정적인 팬의 확보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츠 단체는 어린이가 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열어 그 스포츠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데 힘을 쏟는다. 어린이에게 외면받는 스포츠의 미래는 종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아는 이에게 들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클로저인 마리아노 리베라와 관련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메이저리그에는 야구용품에 선수의 사인을 받아, 그것을 전문적으로 파는 이가 적지 않다. 선수와 시대에 따라서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하루는 리베라가 자기에게 사인을 받으러 오는 이들을 보며 모두 그런 전문업자라고 지적했다. 그 무리 가운데는 10살 남짓한 어린이도 있었다. 이에 "저 어린이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되묻자, 리베라는 10m 뒤에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저 아이의 아빠가 전문업자다. 저 아이는 아빠의 나쁜 심부름을 하고 있다"라고 밝힌다. 그러면서도 리베라는 그 어린이에게 사인을 해줬다. "아이는 죄가 없다. 야구소년은 우리의 보물이니까"라며. 물론, 선수에 따라서는 사인을 거부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핑계를 댄다. "연습할 시간이 촉박하므로, 다음에 해주겠다." 등.
어느 선수는 이런 말을 들려준 적이 있다. "야구장에서 사인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모두 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야구장은 꿈이 있는 장소니까. 그것을 모르는 이가 있다면, 그가 설령 은퇴한 선수라고 해도 야구계에서 밥을 먹을 자격은 없다." 야구장에 가면 좋아하는 선수의 사인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야구는 감동을 준다. 그것이 야구장에서는 공짜. 야구장에만 오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다. 원래는.
팬을 소중하게 여기는 야구계, 구단, 선수. 그리고 야구와 구단, 선수를 사랑하는 팬이 있으니까 프로야구는 존재한다.
프로야구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닮았다. 사랑스럽고 열정적인 선수, 플레이에 호응해 그 순간의 감정을 표출하는 응원 소리,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경기 전개가 어우러져 있으니까. 여기에 선수의 사인은 팬에게 꿈과 감동을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