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의 성난 사람들

내가 어느 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by 손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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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탄생한 스포츠와 미국에서 성행하는 스포츠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복수제 심판'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정보공개'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는 주심과 함께 2명의 부심이 있지만, 경기에서 주심의 책임과 권한은 절대적이다. 부심은 주심을 도와주는 역할, 즉 주심이 보기 어려운 사이드 아웃이나 오프사이드 등에 대해 판정을 내리는 정도다. 또한, 경기 시간 역시 축구장 전광판에 표시되지만 파울 등으로 지연된 시간에 관한 판단은 전적으로 주심의 팔뚝에 찬 시계와 생각에 따른다.


반면, 야구는 주심(구심)과 함께 기본적으로 3명의 누심이 있으며, 그 권한 역시 각자 나눠 가지고 있다. 1루에서 일어난 세이프, 아웃에 대한 판정은 전적으로 1루심의 몫이다. 여기에 주심과 다른 누심이 개입할 여지는 기본적으로 없다. 여기에 경기 시간을 비롯한 타순, 투수, 수비 포지션 등 각종 정보가 전광판을 통해 구장을 찾은 이에게도 공개된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이 복수의 주심과 정보 공개란 야구의 특징은 법정의 배심원제도와 닮았다.


그 배심원제도, 무작위로 선정된 12명의 시민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정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12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1957년)이다. 그해 가장 무더운 어느 여름날, 뉴욕 맨해튼. 선풍기가 1대밖에 없는 법정 내 좁은 방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소년에 대한 평결을 둘러싸고 12명의 배심원은 격론을 펼친다. 유죄냐 무죄냐. 한쪽을 정해야 하지만, 좀처럼 의견은 통일되지 않는다. 11명이 유죄라고 했지만, 8번째 배심원(헨리 폰다 분) 혼자 무죄를 주장한다. 무죄인 이유, 유죄인 이유에 대해 끈질기게 대화가 진행된 결과, 전혀 뜻밖의 판결이 이루어진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에서 야구와 관련한 장면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7번째 배심원(잭 워든 분)은 골수 뉴욕 양키스 팬. 그가 소년이 유죄라고 주장한 이유도, 자기 생각이 아니라 표를 구한 양키스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대세를 따른 것이었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쓴웃음).


그가 양키스를 좋아하는 것은, 야구 자체를 좋아해서라기보다 항상 승리를 거두는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5번째 배심원(잭 클러그먼 분)이 볼티모어 오리올스 팬인 것을 알게 된 뒤, "그런 약한 팀을 응원하느냐"고 비웃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승리지상주의. 더 나아가서는 그의 우월감, 양키스에 대한 지지는 경제적 빈곤함에 따른 대리만족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좋은 교재'로 불리는 야구를 좋아함에도 '합리성'은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 등에서 "나 한 사람 투표를 안 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 영화처럼 '나 한 사람쯤이야'라는 생각이 참혹한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 또한, 무죄를 주장했다고 해도 그 근거가 얼마큼 합리적이냐도 중요하다. 개인 사정이나 인종적 세대 간 편견 등이 아닌 여러 증거를 합리적으로 살펴보며 자기 생각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점,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이기는 팀이, 혹은 다른 누가 지지하므로, 우리 팀일 필요도, 실망할 이유도 없다. 여러모로 꼼꼼히 살펴본 뒤, 합리적인 결정이 필요하다.


덧붙여서, 이 영화는 1997년에 리메이크(12명의 노한 사람들)됐다. 거기서는 양키스 팬이 비웃는 팀은 밀워키 브루어스. 또 러시아판인 '12명의 배심원'(12/2007년)도 흥미로운 작품이며, '12명의 마음 약한 일본인'(Gentle 12/1991년)은 코미디물로 멋지게 오마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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