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박용택 KBS 해설위원과 이제는 야구계에서 '볼드모트'(입에 담지 못할 이름)가 된 이재우. 타자와 투수라는 큰 차이점이 있지만 야구 선수 가운데 얼굴이 닮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처럼 남남이지만 붕어빵처럼 닮은 경우가 있다. 마치 거울 속 자신을 보는 듯한 도플갱어와 같은 타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데이브’(Dave/1993년)이다.
볼티모어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데이브 코빅. 그는 대통령 빌 미첼과 도플갱어처럼 닮았다. 그래서 바람둥이 대통령의 대역을 잠시 맡게 되지만,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단숨에 엑스트라에서 주연의 자리에 오른다. 대통령을 대신해 여러 일을 하는 가운데,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것은 메이저리그 개막전 시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 캠던 야즈에서 포수 제프 택킷을 향해 멋지게 공을 꽂아 넣는다(제프 택킷은 실제 볼티모어의 백업 포수).
지금은 워싱턴에 내셔널스가 생겨, 대통령의 시구도 오리올스가 아닌 내셔널스의 몫으로 돌아왔다. 애초 오리올스 이전, 즉 세너터스가 워싱턴에 있을 때는 세너터스의 홈구장 그리피스 스타디움에서 대통령의 시구식이 열렸다. 이 시구를 처음 시작한 이는 27대 대통령인 윌리엄 태프트다. 1910년 워싱턴 세너터스와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와의 개막전에 관전하러 나가, 관중석에서 포수에게 제1구를 던진 게 그 시초이며, 이후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통령의 시구는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들어갔기에 계속해서 이어져 올 수 있었다. 야구는 대통령의 관전으로 그 위상을 높였고, 대통령은 서민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물론, 서로 이용하는 관계에 머문 것은 아니다. 대통령과 관련한 수많은 일화는 야구를 더욱더 풍성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베이브 루스와 허버트 후버 대통령. 1930년 루스는 뉴욕 양키스와 연봉 8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이 55만 달러인 것을 생각하면, 8만 달러는 껌값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당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거액이었다. 루스에 이은 전체 연봉 2위가 1만7,500달러인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후버 대통령의 연봉도 7만5,000였다. 대통령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 비난을 받자, 루스는 “내가 대통령보다 한 일이 더 많았나 보지.”라고 응수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봉은 2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올해 프로야구 최고 순수 연봉은 SSG 김광현이 받는 30억 원. 루스식으로 계산하면, 김광현이 대통령보다 15배 정도 더 좋은 일을 하는 게 된다. 물론, 대통령도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실 후버 대통령은 야구와 관련해 썩 좋은 일이 별로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연봉도 선수에게 뒤졌고, 야구를 보러 갔다가 사상 최악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1931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월드시리즈 경기를 보러 갔는데, 관중에게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대공황에 대한 책임자인 점도 있었고, 또한 당시는 금주법 시대였다. 그 결과, 야유는 이내 대합창으로 이어졌다. “We Want Beer!” 그런 상황이라, 잘못하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8회에 몰래 구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영화 속 데이브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의회에서 “대통령인 나는 최고 책임자이고, 모두 나의 책임”이라고 말한 것처럼 관중의 비난을 묵묵히 듣고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그 점,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것에서 대통령과 감독은 닮았다. 둘 다 임시직이지만, 대통령은 한 번 하면(재임은 있지만) 끝이지만, 감독은 그렇지 않다. 어느 팀에서 잘려도, 다른 팀을 맡을 수도 있으며 과거 양키스의 빌리 마틴 감독처럼 같은 팀에서 시간을 두고 복귀와 해고를 반복할 수도 있다.
어쨌든 야구 감독이든 선수든 대통령이든 일반 국민이든, 일자리를 얻으면 누구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그것의 연봉과 위상은 다를 수 있어도, 모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을 바꾸고 싶거나 움직이고 싶거나 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전에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느냐다. 즉, 상대를 바꾸기 전에 자기 생각이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것.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