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평생을 수도권에 살았고 현재는 인천의 한 신도시에 살고 있는데, 간혹 인간극장 같은 프로그램에 산속의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오면, 버스가 한 시간에 한번, 혹은 두 시간에 한번 온다는 곳을 보며 신기했다. 그런 곳에서는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쿠폰도 준다던데, 아마 택시도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신도시답게 길이 참 편하게 되어있고, 차도 별로 없는 편이다. 근데 간혹 동네를 돌아다니는 차가 대부분 너무 큰 차들이 많다. 이런 잘 정돈된 길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대형SUV나 미국의 서부지방에서 볼 것 같은 작게 트렁크가 달린 대형차들도 참 많은데 이상하다. 그냥 동네를 돌아다니는 차일 뿐인데, 이런 신도시에서 그런 차가 꼭 필요할까?
이렇게 좁은 땅에 주차공간이 부족해 시비가 끊이지 않는 나라에서 대형차는 왜 필요한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 살기 어렵다면서 그런 대형차는 왜 타는 걸까? 내 경우엔 얼마 전까지 경차를 타다가 차가 오래되어 고장이 잦아 준준형 차로 바꾸고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를 했다. 매일 같은 패턴의 운전성향인데 경차를 탈 때보다 연료비가 세배나 더 들었기 때문이다. 차를 바꾸기 전 사고 싶었던 중형차로 바꿨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형차를 타면 대형차를 유지할 만한 능력이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 맞벌이를 하는 대부분의 일반 가정에서는 사실 중형차를 타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일 것 같다. 꼭 필요에 의하지 않는 과시욕이 내 삶을 풍요롭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카로스의 추락_출처 네이버
크레타 섬의 미노타우르스는 인간을 먹는 괴물이었다. 해마다 아테네의 청년들이 제물로 바쳐졌는데, 크레타 섬의 미노스왕의 아들이 아테네에서 치뤄지는 경기에서 황소의 뿔에 받혀 죽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인한 전쟁을 피하는 대가로 해마다 남자 일곱 명과 여자 일곱 명이 미노타우르스의 먹이로 바쳐졌다. 어느 날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르스를 없앨 계획을 하고 스스로 제물이 되어 크레타섬의 미궁(미로)으로 들어간다. 그를 보고 첫눈에 반한 미노스왕의 딸 아리아드네 공주는 미궁을 설계한 다이달로스에게 미궁의 설계도를 구하러 갔지만, 설계도는 이미 미노스왕에 의해 불 태워졌기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실을 감아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결국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아리아드네 공주와 함께 도망쳤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자신의 딸도 함께 납치했다고 생각하여 크게 분노한 미노스왕은 이 일을 도와준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부자를 미궁에 가둔다. 자신이 설계한 것이지만, 설계도가 없으면 그도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다이달로스는 며칠을 미궁 속에서 헤매다가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미로를 빠져나갈 발명품을 만들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미궁 안에 있는 새의 털과 벌집의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낸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너무 낮게 날지도 너무 높이 날지도 않을 것을 경고했다. 크레타 섬을 빠져나오려면 큰 바다를 날아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주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날개를 뽐내기 위해 더 높이 날다가 날개에 붙인 밀랍이 태양열에 의해 녹아 바다로 추락하고 만다. 아버지의 ‘적당히’라는 충고를 어기고 더 높이 날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작은 재주나 능력을 믿고 오만하게 굴거나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때 ‘이카로스의 날개’라고 한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당히 살려면, 우선 자신의 위치를 잘 알아야한다.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다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스스로 내 상황에 맞게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겠다. 타인에게 뽐내고 싶은 마음으로는 더 큰 차와 더 큰 집, 더 비싼 가방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