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가두는 틀

내가 기준이야_프로크루스테스

by 김소연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자신이 가진 마음의 곤궁함을 감추기 위해 마음 안에 어떤 틀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에게 이런 저런 규칙을 알려주는 사람들은 사실 독재자이기 이전에 마음이 건강하지 않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자신이 말한 규칙을 잘 지키거나 동의하는 자가 있다면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이 정한 규칙 이외의 것을 허락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수긍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더 심한 공격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을 잊었는지도 모른다.


맛 칼럼니스트 A씨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한 닭의 크기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내 생각에 맛에 대한 평가를 하는 일은 매우 주관적이며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식당에서 푹 고아 내놓는 닭은 토종닭, 집에서 간단히 끓여먹는 삼계탕이라면 작은 닭이 적당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이 먹는 대부분의 닭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작게 만들어진 것이지 다른 의미가 있을까?


나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예를 들면 고수나 샐러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수나 샐러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대부분 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먹으면 그만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닭은 작아 소비자가 닭의 풍미를 느끼는 기회를 없앤다는 그의 주장은 맞지 않다. 난 마트에서 생닭을 살 때 작은 닭이 다 팔려 큰 닭을 어쩔 수 없이 사오곤, 그 닭의 맛에 실망한 적이 있다. 닭이 클수록 닭의 향이 짙어서 닭냄새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질린다. 그 이후로 특정 사이즈 이상의 닭은 사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자신의 의견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_출처 네이버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의 영역을 지나가는 이를 잡아와 자신이 정한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보다 큰 사람은 큰 만큼을 도끼로 잘라 죽이고, 작은 사람은 침대 길이만큼 늘려서 죽인다. 그것이 그의 한계다. 사실은 자신도 그 침대보다 컸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해 놓은 길이만큼을 자신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헤라클레스 다음으로 힘이 센 테세우스에 의해 침대의 길이만큼 잘라졌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주장을 밀고나가는 사람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부른다.


자신의 의견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의견도 소중하다. 하지만, 잘못된 자존감으로 잘못된 틀안에 갇히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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