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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pr 28. 2022

나만의 레시피



내가 결혼 할 당시에는 지금 한창 유행하는 밀키트, 천연 조미료나 양념장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결혼을 어린 나이에 한 건 아니었지만, 결혼 전에 설거지도 한번 해보지 않고 자라온지라 음식을 만드는 건 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통조림이나 냉동식품을 주로 먹었었다. 처음엔 그런 것이 엄마가 해준 음식보다 더 새롭고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친정엄마의 음식이 그리워졌다. 차츰 요리를 해보자 결심했는데 생각만큼 요리가 쉽진 않았다. 특히 양념을 만드는 일이 참 어려웠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어렸을 때 집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었고, 할 때마다 다른 맛이 났다. 시판 양념장을 쓰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맛이 일정한지 엄마에게 물었더니, 엄마는 재료의 양에 따라 늘 정량의 양념을 개량해서 쓴다고 했다. 평소에 엄마가 요리하는 걸 거들어본 적이 없으니 몰랐던 사실이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늘 개량을 해서 양념장을 만드신다. 그 이후 엄마의 레시피를 물어 적어두고 요리를 했더니 얼추 엄마의 맛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결혼 전까지는 우리 엄마가 특별히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곤 생각해보지 않았다. 엄마는 늘 같은 재료로 같은 맛의 음식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밥상은 늘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는 사람이었다.




매일 같은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건, 익숙한 맛이 보장되는 아주 현명한 방법이지만, 새로운 재료가 선물이라도 들어오는 날엔 참 난감한 일이었다. 어느 날 아주 좋은 전복 선물이 들어왔는데, 가난한 공무원 아내의 살림으로는 전복 구경 할 일이 없던 엄마는 전복 손질도 하지 못하신다 말했다. 물론 나도 결혼 전까지는 전복죽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 먹어본 적이 없으니 얼추 비슷하게라도 맛을 내는 건 실패했을 것이다. 꼭 전복죽을 먹고 싶었지만, 친정집에 가지고 가 버터구이를 해 먹었다. 그때 도전이라도 해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양념을 개량하기 귀찮아 손에 집히는 대로 양념을 대충 넣다보니 조금 새롭고 신선한 맛의 음식이 만들어졌다. 식구들 모두 웬일인지 전에 먹던 것보다 더 맛있다고 했으니 우연히 맛있는 레시피를 만들어낸 셈이다.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는 건 음식을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일이니 안정적이겠지만, 가끔은 새로운 레시피를 발견하는 것도 참 좋다.


내가 알고 있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고집을 조금 내려놓으면 우리는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늘 맛있는 식탁을 차려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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