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북향집을 선호하는 마음

by 김소연



#17. 북향집을 선호하는 마음





북향집을 선호하는 마음




북향으로 창이 난 집을 보러 가면, 부동산 사장님은 "여기가 북향이긴 한데..."로 시작하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을 준비를 한다. 학군이 좋다든지, 편의시설이 좋다든지. 집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변 상권에 대해 설명하기 바쁘다. 어차피 나는 집에서 잘 나가질 않으니 내겐 별로 상관없는 정보들이다. 관심밖의 이야기들을 듣는 건 피곤한 일이다. 나는 북향집을 선호한다고 서둘러 말해둔다.



언젠가 아파트 네 동이 한 방향을 바라보는 닭장 같은 아파트를 보러 갔다. 그 아파트에서는 한 동만이 남향이고, 나머지는 북향, 서향, 동향일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남향은 단 한동일 뿐인데도 그 아파트는 입주민이 꽉꽉 들어차 있고 높이도 세워져 있었다. 때로는 내가 선호하는 것만 가질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아파트를 지은 이유는 더 많은 집을 짓기 위해서일 거다. 그중에서도 아마 북쪽으로 창이 난 집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집이겠지. 종일 해가 들지 않으니 아마 반지하에 사는 거나 다름없을 거다.



나는 집을 보러 갈 때마다 "여기 남향인가요?"라고 묻는다. 부동산 사장님들은 남향인 집을 찾아 주겠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남향인 집은 보지 않는다. 나는 햇빛이 싫으니까. "남향인 집은 싫어요. 하루종일 햇빛이 들어와서..." 부동산 사장님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본다. 그러면 햇빛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못을 박아둔다. 사실 창을 거쳐 들어오는 햇빛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리가 없는대도 그걸 믿어준다. 나는 <디 아더스> 영화의 니콜 키드먼의 딸이 된다. "그래요. 가끔 그런 분들이 있어요."라고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 아닌지, 나를 이해하는 건지 아닌지 모를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싫어하는 이유도 될 수 있다. 충분히.



사실은 북향인 집을 선호한다고 말하면, 속으로는 이 사람이 집을 잘 볼 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부동산 사장님과 이미 북향인 집에 살던 사람은 환히 웃는다. 호구 하나 잡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일 거다. 그런다고 남향집에 비해 시세보다 저렴한 것도 아니다. 애초에 그럴 거면 건설사에 항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북향집 같은 건 만들어서 부동산 사장님의 입에서 씁쓸한 미소를 만들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이 정의다




내가 햇빛을 싫어하는 이유는 햇빛 알레르기로 정해두었다. 한때는 정말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으니 생판 거짓은 아니다. 알레르기란 내 몸에 숨어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겉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니까. 그래서 햇빛을 피하는 내 별명은 드라큘라였다가 뱀파이어가 되었다. 드라큘라보다는 뱀파이어의 어감이 조금 세련된 것 같아서 그렇게 정정했다. 어디든 아픈 곳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야 한다. 어디에선가 읽은 글에서 어느 작가님은 주변에 병을 말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지만, 사실 병원에서 병을 진단받을 때에는 아마 주위에 병을 알리는 게 도움이 될 거라 했을 거다. 내가 만난 의사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했다. 햇빛을 싫어하는 이유를 몸이 아파서라고 정해두는 게 햇빛을 선호하지 않는 마음인 것보다 조금 더 나았다. 우리나라에 남향인 집만 있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남향집에 살며 조금 더 밝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물론, 세상에 아주 조금 남은 북향집을 찾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이 선호하는 방식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래서 아마 나처럼 다른 걸 선호하는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거다. 햇빛 알레르기도, 북향집을 선호하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그럴 때는 지구 반대편으로 마음을 두면 편하다. 아마 남반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향집을 선호할 테니까. 내가 밟고 있는 세상에선 발이 닿는 곳이 아래이고, 다른 세상에선 내 머리 위쪽이 아래니까. 세상엔 온전한 정의는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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