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한 번도 잘된 적이 없는 나에게

긍정 확언

by 김소연



#16. 한 번도 잘된 적이 없는 나에게





긍정 확언엔 will이 없다.




긍정 확언에는 'will'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maybe'나 'if'라는 단어도 없다. 미래시점에 생각을 두는 일에 'will'이나 'maybe', 'if'가 빠지다니, 나는 조금 버벅거렸다. 마치 김치볶음밥에 김치가 아니라 김치맛 향신료를 넣는 느낌이었다. 물론 망고가 들어있지 않은 망고주스나 레몬이 들어있지 않은 레몬사탕도 엄연히 그 이름으로 팔리는 것은 자명하지만. 거짓말을 증오하는 내가 앞으로 이룰지 아닐지도 모를 일에 'will'이나 'maybe', 'if'없이 확언을 해야 하다니, 망설여졌다.



나는 부자다.

나는 유명 작가다.

나는 젊고 예쁘다.



내가 원하는 건 참 단순하고 고집이 셌다. 노안이 와서 잘 안 보이지만 휴대폰에는 엣지 있게 아주 작은 폰트를 사용하고, 매일 오타가 나도, 'ㄴ' 대신 'ㅋ'이 자주 눌려도 꾹 참고 키보드형 자판을 고수하는 것처럼,



부자가 되는 것과 유명 작가가 되는 것, 젊고 예쁜 것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 나는 will이나 maybe, if 같은 말을 빼는 대신 아주 모호한 확언을 했다. 사실 내 마음대로 확언을 하자면 이렇게 바꿔야 한다.



나는 100억대 부자다.

나는 밀리언셀러 작가다.

나는 내 나이보다 열 살은 젊어 보인다.



나는 내 마음대로 하는 확언조차 눈치를 본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좌절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아직도 상처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 번도 잘된 적이 없는 나를 위해



나는 운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수능을 처음 볼 때에는 생리가 하혈 수준으로 쏟아졌고, 두 번째 볼 때에는 내내 잠이 쏟아졌다. 꼭 들어가고 싶던 회사 면접날에는 버스 파업으로 인해 길을 헤매 면접 시간에 늦었고, 우연히 합격한 직장엔 워라밸이라는 건 없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병을 진단받았고, 교통사고도 여러 번 당했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우연히 잘 된 사람,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 로또에 집착하기도 했고,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망상에 자주 빠졌다. 어느 날 우연히 백마 탄 재벌 3세를 만나거나, 어느 날 우연히 유명해지는 상상을 했다. 생각해 보니 그 상상엔 모두 will이나 maybe, if가 붙었다.



긍정확언은 내가 나를 믿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잘 될 사람이니 미래에 잘 된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아무도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나는 자주 우연을 꿈꾸었으며, 내가 잘 되지 않는 이유를 내게 두며 나를 괴롭혔다. 는 세상의 모든 잘못들을 짊어졌다. 발걸음이 무겁고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이제 나만의 긍정 확언이 필요해졌다. 체적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내 것으로 만들기 더 어렵겠지만, 이제 크게 외쳐보자.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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