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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Oct 29.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23

#23 에드먼튼 여행

에드먼튼 여행

같은 호텔에서 일하는 한국인 누나 3명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 호텔에 한국인이 워낙 별로 없고 우리 부서에 있는 한국인은 누나 3명과 나 혼자 밖에 없어서 돈독하게 지냈는데 다 같이 여행을 가본 적은 없어서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최종 선택지는 두 곳으로 좁혀졌는데 한 곳은 밴프와 느낌이 비슷한 재스퍼 국립공원, 다른 한 곳은 알버타 주의 주도인 에드먼튼이었다.


두 곳 다 차로 3,4시간씩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들이었고 우리는 고민 끝에 비슷한 풍경 말고 새로운 도시 풍경을 보고자 에드먼튼으로 결정했다. 쉬는 날을 다 맞춰야 했기 때문에 매니저에게 말해서 미리 날짜를 맞추고 렌트카를 빌려서 출발하게 됐다. 오전에 출발했지만 4시간을 넘게 달려 낮이 되어서야 에드먼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밴프에서도 눈을 지겹게 봤고 추운 날씨를 많이 경험해봤지만 에드먼튼은 밴프보다 한 수 이상이었다. 더 북쪽에 있어서 그런지 밴프보다 추웠고 눈이 안 쌓인 곳이 없었다. 주변에 보이는 나무들도 다 앙상하고 도시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삭막해 보였다. 장거리 운전 후 좀 쉬고 싶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던 우리는 곧바로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바이슨을 보기 위해서 엘크 아일랜드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 무섭게 생긴 친구들이 바이슨인데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원 곳곳을 돌면서 직접 찾으러 다녀야 했다. 하지만 공원 몇 바퀴를 차를 타고 돌았지만 바이슨을 보지 못했다. 멀리서 한 마리를 봤는데 가까이 갈 수 없는 위치여서 먼발치에서 잠깐 본 게 다였다. 오기가 생긴 우리는 다음 날 다시 공원을 방문했고 이번에도 매의 눈으로 주변을 탐색하던 중 운 좋게 바이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마리의 바이슨이 있었고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혹시나 달려들 수 있을 상황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거리는 유지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본 바이슨의 덩치는 일반 소의 2-3배 정도로 컸고 눈이 마주치자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더 다가가는 것을 멈추고 카메라 렌즈 줌을 최대한 당겨서 이 거대한 녀석을 담았다. 언제든지 달려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워져서 사진을 찍고 그대로 조심조심 뒤로 물러나며 도망쳐 나왔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니까 바이든이 떼로 몰려다니는 걸 찍은 사람도 있던데 무서워서 어떻게 찍었을까 싶다..


아무튼 그래도 바이슨을 실제 내 눈으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서 뿌듯했다. 캐나다에서 야생 동물을 참 많이 봤다. 바이슨, 엘크, 산양, 곰 등 이런 친구들이 집 앞에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집 앞에 곰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경찰이 와서 상황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지금 여기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꼭 보고 싶었던 야생동물이 있었는데 무스라고 사슴과 동물이지만 한 번 직접 본 형이 크기가 트럭만 하다고 해서 실제로 크기가 그렇게 큰지 너무 궁금했다. 산에서 가끔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산을 몇 번 타봤지만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간 곳은 아이스 캐슬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얼음을 조각하는 사람들이 직접 얼음을 이용해서 성 같이 만들어 놓은 공간인데 우리가 갔을 때 마침 축제 중이어서 다녀왔다. 미리 사진을 보고 왔던 터라 기대하면서 도착했는데 밖에서 보니 너무 엉성해 보여서 들어가면 입장료가 아까울 것 같았다. 그래도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한 번 보기나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에서 보는 풍경은 밖에서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가까이에서 보는 얼음들은 신기했고 마치 영화 겨울왕국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서 안에서 한참을 돌아다녔다. 얼음 슬라이드 타는 곳도 있어서 슬라이드도 타고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재밌게 놀고 왔다. 그 후에 알버타 주에서 가장 큰 쇼핑몰 가서 구경도 하고 북미에서 가장 크다는 한인마트 구경도 하고 한국 치킨가게가 있어서 포장한 후 숙소에 가서 오랜만에 한국 치킨을 먹기도 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4명의 성향이 다 달라서 여행이 괜찮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그래도 서로 배려해주고 스타일이 다름을 인정해주면서 안 싸우고 잘 다녀온 것 같다. ‘진작 같이 여행 많이 다닐걸’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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