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들은 상상력이 빈약해서 그런가. 사무실이 텅 비니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누군가 옆에서 시끄럽게 굴거나, 말도 안 되는 지시로 속을 뒤집어 놔야 글을 좀 써야겠다 싶은데, 오늘은 그런 자극조차 없다. 다들 출장을 가거나 연차를 썼다. 남은 건 나 혼자. 이 넓은 공간에 나 혼자다.
웃긴 건, 일이 손에 잡힌다는 거다. 늘 나를 괴롭히던 상사도 없고, 눈치 볼 동료도 없으니, 그동안 미뤄뒀던 서류들이 술술 넘어간다. 키보드 소리마저 경쾌하게 들릴 지경이다. 평소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핑계를 댔는데, 오늘은 너무 편안해서 글 쓸 기분이 안 난다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나는 고통 속에서만 피어나는 이상한 꽃이라도 되는 걸까.
고요함은 때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부딪힐 벽이 없으니 나아갈 방향도 잃어버리고, 싸울 상대가 없으니 싸울 의지조차 사라진다. 글쓰기라는 것도 결국 세상과 나 사이의 불화에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지금은 불화할 세상 자체가 너무 조용하다.
차라리 내일이면 다들 돌아와서 다시 시끄러워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또 욕이라도 하면서 뭐라도 끄적일 테니깐. 편안함 속에서 글감을 잃어버린건가. 나도 참 엉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