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박경락 선수를 추억하며
나와 그의 만남은 온게임넷이 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 아마 올림푸스 스타리그부터였을 것이다. 당시의 박경락은 참으로 강해서 3시즌 연속 4강에 올랐다. 사람들은 그를 공공의 적이라 불렀다.
신기하게도 그는 타 종족전은 기가 막히게 잘하면서, 유독 같은 저그끼리의 싸움에는 약했다. 남들은 그게 약점이라 했지만, 나는 그 불완전함에 더 마음이 갔다. 완벽하지 않아서, 어딘가 빈 구석이 있어서 더 인간적으로 보였나 보다.
그때는 몰랐다. 프로게이머에게 에이징 커브라는 잔인한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걸. 불꽃놀이처럼 찰나인 전성기가 지나고, 그가 한빛소프트 소속으로 SKT T1을 상대했을 때였다.
당시 SKT T1은 이스포츠의 상징인 임요환 선수를 필두로 기업의 막대한 투자를 등에 업은 거대 전함 같았다. 반면 한빛소프트는, 강팀이긴 했지만 돈을 펑펑 쓰는 부자 구단은 아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언더독에게 마음이 간다. 거대 자본에 맞서 싸우는 그 헝그리 정신이 좋았다.
맵은 노스텔지아. 사실 이 맵은 앞마당에 가스가 없다. 지금의 프로토스들이 저그를 상대하기엔 정말 말도 안 되는 조건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밸런스가 괜찮다고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게임이다. 지금까지 발전해왔다니.
상대는 박용욱이었다. 그동안 유독 그에게 약했기에, 나는 거대 팀을 상대한다는 부담감에 상성 문제까지 겹쳐 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화면을 지켜봤다. 이길수있을것이다, 기도하면서.
그 당시에 사장되었던 전술이었던 업저글링 올인 러쉬를 선보였다.
그건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저물어가는 영웅이 보여준 마지막 낭만이자 발악 같았다. 나는 그 장면에서 전율을 넘어선 뭉클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 후로 거짓말처럼 개인리그에서도, 프로리그에서도 그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어느 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사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제각기 추측하며 안타까워했다. 나 역시 짐작 가는 바가 있어 마음이 더 아렸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올드 게이머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고작 20대 초반이었다. 세상은 그들을 노장이라 불렀지만, 사실 그들은 사회에 발도 제대로 디뎌보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오직 마우스 하나만 잡고 살다가, 승부의 세계에서 밀려나 모니터 밖으로 던져졌을 때, 그들이 마주했을 현실은 얼마나 냉혹했을까.
게임 안에서는 영웅이었고, 공공의 적이었지만, 게임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그저 할 줄 아는 게 게임뿐인 무직자 취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의 그 적막과 공포를, 고작 스물몇 살의 청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던 건 아닐까.
우리는 그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환호했지만, 그들이 겪어내야 했던 게임 오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가 떠난 후에도 세상은 여전히 치열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가끔 하늘을 보면 생각한다. 그곳에서는 승패도, 은퇴도 없이, 그저 마음 편히 쉬고 있기를.
나의 영웅이었던, 고단했던 청년에게.
추신.
고인에 대해 글을 적는다는 건 늘 조심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내가 뭐라고 감히 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지 말입니다.
행여나 제 글이 누군가에게 불편을 드린다면, 그저 그를 존경했고 사랑했던 팬의 입장에서 적은 추모의 글이니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요청 시 글은 바로 삭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