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켰다. 취업 사이트의 이력서 수정 버튼을 누른다.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구직을 하는 건지 소설을 쓰는 건지 헷갈린다.
36살. 8번의 이직. 인사 담당자가 딱 싫어할 숫자다. 끈기 없음, 부적응자. 내 경력만 보면 딱 그렇게 찍히기 좋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필사적으로 나를 포장하는 소설을 써본다.
성장과정에는 리더십을 썼지만 사실은 눈치 보기의 달인이었고,
성격의 장점에는 도전정신을 적었지만 사실은 실패가 두려워 도망친 회피형 인간이었다.
경력 기술서에는 다양한 실무 경험이라고 적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어디 한 군데 정착 못 해서 떠돌아다닌 저니맨이었다.
화면 속의 가짜와 현실의 진짜. 그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입안이 쓰다. 이 거짓말투성이 문서가 나를 대변한다고 믿어야 한다니. 남들은 다들 이렇게 뻔뻔하게 자기를 포장하며 사는 걸까. 아니면 나만 이렇게 사기 치는 기분으로 사는 걸까.
그 앞면의 이력서에는 차마 적지 못했던, 나의 뒷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어졌다.
성공한 직장인의 영웅담은 없다. 그저 구멍 난 곳을 몸으로 막으며 하루를 버티는 한 직장인의 덤덤한 생존기일 뿐이다.
화려하게 포장된 가짜 이력서보다, 너덜너덜하지만 진실한 이 뒷면의 기록을 적어본다. 회상일수도 있고 반성일수도 있다.
이제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포장지를 뜯어내고 진짜를 적어볼까 한다. 하루에도 수백번 하는 거짓말을 적어도 여기에서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대단하거나 거창한건 아니다.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