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의 자격

투박한 이력서들, 나의 부끄러움

by 야호너구리

작은 기업의 특징이겠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사람을 뽑는 면접관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남을 평가해야 한다니, 가시방석이다.


최근 경기가 얼어붙어서인지, 면접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감보다 절박함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그들의 이력서를 넘겨보며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이력서는 대부분 투박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세련된 디자인도 없었다. 스펙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상품처럼 매끄럽게 포장하는 기술이 서툴렀을 뿐이다. '성실함'이라는 뻔한 단어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진짜 땀방울과 노력을, 나는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쓰렸다.


그 투박한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보았다. 나 역시 가진 건 몸뚱이와 성실함뿐이라, "시키면 다 하겠습니다"라는 무식한 문장으로 나를 세일즈 했던 날들이 있었으니까.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요령이 없어서 저평가받는 그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세상은 인생을 과장하고 포장하는 사람들의 무대인 것만 같다. 빈 껍데기라도 화려하게 포장해서 "나는 대단한 사람입니다"라고 외치는 이들이 성공을 가져간다. 묵묵히 알맹이만 채우던 사람들은 "임팩트가 없다"는 이유로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고, 면접장에서 쭈뼛거리다 돌아선다.


면접이 끝나고 그들이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누군가는 스스로 방법을 찾고, 누군가는 인맥을 동원해 지름길로 가겠지만, 저 사람들 중 누군가는 아무런 도움 없이 맨몸으로 이 거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물 한 잔을 건네며, "오시는 길은 안 추우셨나요?" 같은 뻔한 날씨 질문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뿐이었다. 면접관이라는 명패만 달았지, 정작 합격 통보를 줄 수 있는 권한은 내게 없거나, 있어도 아주 한정적이었으니까. 그 무력감이 미안했다.


세상은 점점 더 요지경으로 돌아간다. 포장이 내용을 압도하고, 가짜가 진짜를 밀어낸다. 그래도 나는 바란다. 화려한 포장지 없이 내밀어진 저 투박한 손들을, 세상이 한 번쯤은 따뜻하게 잡아주기를. 이 거친 풍파 속에서 서로의 거친 손을 맞잡고 버티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서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그날 나는 면접관이었지만, 사실은 그들과 똑같은 지원자의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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