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가 찾아야 하고, 고통은 나를 찾아온다
장애인 관련 일을 하다 보면 '행복'의 정의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최근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에 교육 지원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강사 섭외 후 인권 교육을 진행하던 중, 한 이용자가 나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나도 덩달아 웃으며 셔터를 눌렀다.
며칠 후, 보고서를 쓰기 위해 그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을 때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사진 속 그 남자의 이목구비가 나의 아버지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마치 도플갱어 같았고, 잃어버린 쌍둥이 형제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저런 환한 미소를 본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다. 삶의 무게에 눌려 늘 그늘진 아버지의 얼굴과 달리, 사진 속 그는 너무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미소에서 빛이 났다.
잔인한 비교가 머릿속을 스쳤다. 인지 능력이 온전하지만 웃음을 잃은 삶과, 중증 장애를 가졌지만 세상 걱정 없이 웃는 삶.과연 누가 더 행복한 것일까. 만약 두 가지 인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이용자의 행복한 웃음과 아버지의 어두운 얼굴이 오버랩된다. 그리고 생각은 나에게로 이어진다.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딘가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지능이나 능력을 조금 덜어낸 대신 이 지독한 우울을 걷어내고 환하게 웃고 있지는 않을까.
사진을 덮으며 생각한다. 결국 인생의 진리는 잔인하리만큼 단순하다.행복은 너무나 짧고 고통은 길다. 그리고, 행복은 내가 기를 쓰고 찾아야 하지만, 고통은 가만히 있어도 나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