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불행을 알면서도

by 야호너구리

​정신과를 다니면서 생긴 버릇은 눈을 보는 것이다.

거울을 보며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나 자신을 마주하며 관찰한다.


웬지 모르게 늘 충혈되어 있는 눈, 어딘가 초점이 없는 눈빛, 사라진 지 오래인 안광. 이런 내 눈이 안타까울 뿐이다.


​클리닝 서비스를 다녀왔다. 그곳에는 8살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맑고 깊은 눈을 보았다. 웬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안다. 이 아이에게는 불행이 계속될 것이 보인다. 이 아이는 세상이 정한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빛은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의 고통과 비루함이 아직 침투하지 못하고, 마모되지 않은 순수한 빛이었다.

​내 눈은 사회생활과 우울과 무기력 속에서 이미 닳고 닳았는데,


저 아이는 저토록 맑다니.


​아이의 눈빛은 나에게 한동안 잊고 있던 나의 가장 밝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 빛은 나를 잠시나마 위로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히 알려주는 것 같았다.


추신. 이일이 벌써 몇년 전이엇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 이사를 가서 그친구의 지금 주소는 알수없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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