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시간들

by 야호너구리

올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보면, 브런치에 글을 가장 많이 쓴 해였다. 그동안은 열심히 미뤘다.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손을 움직일 힘이 없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무기력증도 같이 왔다. 하루가 통째로 가라앉는 날들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글쓰기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글을 완전히 놓지 않았고, 정신과를 꾸준히 다닌 덕분에 그나마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는 느낌은 든다. 대단한 회복은 아니고, 악화되지 않은 정도.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생긴 건 거창한 성과는 아니다. 구독자가 갑자기 늘거나, 라이크가 폭발한 적도 없다. 대신 가끔, 아주 가끔 알림이 하나 뜬다. 누군가 글을 읽고 버튼을 눌렀다는 표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그 한 번의 반응이 하루를 조금 덜 비틀리게 만든다. 잘 썼다는 확신보다는, 완전히 혼자 쓰고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돌이켜보면 큰 탈은 없는 해였다. 1년 동안 직장을 꽉 채웠다. 늘 회사에 대한 안 좋은 글을 적었지만, 그 와중에도 월급은 제때 나왔다. 고맙게도.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매달 쪼들리며 살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 같은 사람을 써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불평은 했지만, 생활은 유지됐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꿈꿔왔던 이직은 잘 안 됐다. 돈을 더 벌고 싶어서 꽤 열심히 준비했다. 이력서도 고치고, 공고도 계속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이가 걸렸다. 노골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다. 사실 이해는 간다. 젊은 친구도 안 쓰는 시장에서, 나까지 반길 이유는 없을 테니까.


몇 번의 연락 없음이 쌓이고 나서, 어느 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똑같은 책상, 똑같은 모니터, 늘 쓰던 의자. 그런데 조금 다르게 보였다. 떠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을 때와, 남기로 받아들였을 때의 풍경은 달랐다. 포기했다기보다는, 일단 여기까지 왔다는 인정에 가까웠다. 마음이 아주 살짝 내려앉는 느낌. 대신 쓸데없는 긴장은 줄었다.


다행히도 건강검진에서는 큰 이상이 발견되진 않았다. 이게 올해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다. 돈이나 직장보다도 이게 제일 안심됐다. 몸이 아직은 버텨주고 있다는 사실. 아직은 더 살아도 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정리하면, 엄청 잘 산 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망한 해도 아니었다. 무너질 듯하다가, 결국은 서 있었던 해. 많이 나아지진 않았지만, 아주 조금은 덜 아팠던 해. 올해의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해본다. 내년에는 더 잘 살겠다는 말 대신, 올해처럼만 크게 무너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한 해를 닫는다.


추신. 비록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늘 조용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약하지만 제 글이 자그만한 위로라도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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