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있는 가벼움

by 야호너구리

브런치도 결국 SNS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글의 질이나 깊이보다, 타이밍과 제목과 운이 먼저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니까. 내가 인기 없는 이유를 굳이 재능이나 성실함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이건 그냥 확산의 구조고, 나는 그 구조에 잘 맞지 않을 뿐이다.

SNS에서는 빠르게 읽히는 사람이 이기고, 브런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출근 전이나 잠들기 전에 글을 훑는다. 길고 무거운 문장은 저장만 되고, 끝까지 읽히지 않는다. 공감은 누르되 공유는 하지 않는다. 내 글은 대체로 그 선에서 멈춘다. 읽히긴 하지만, 퍼지지는 않는다. 조용히 소비되고 조용히 사라진다. 통계 페이지를 몇 번이나 새로고침해도, 숫자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걸 확인하는 손놀림만 조금 빨라질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통하는 언어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제목을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가볍게 웃겨야 하는지, 어디서 멈춰야 다음 글을 누르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알고 싶어서 살펴보기도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손이 안 간다. 흉내를 내면 금방 티가 날 것 같고, 그렇다고 끝까지 나만의 방식으로 가기엔 이곳의 규칙이 자꾸 눈에 밟힌다. 맞추지도 못하고, 완전히 무시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다. 그래서 제목을 몇 번 고치다 말고, 결국 처음 적은 문장으로 돌아온다.


그걸 알게 되니 조금 가벼워졌다. 내가 못 써서가 아니라,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는 생각. 인기 없는 이유가 설명되면 자책은 줄어든다. 대신 선택의 문제로 바뀐다. 계속 이 톤으로 쓸 건지, 아니면 여기서 통하는 언어를 더 배워볼 건지. 아직은 전자를 고집하고 있다. 고집이라고 부르기엔 거창하고, 그냥 익숙해서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 조회수를 기대하지 않은 채. 브런치가 SNS라면, 나는 팔로워를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혼잣말을 남기는 쪽에 가깝다. 통하는 언어를 잘 모르면서도, 통하지 않는 언어만은 확실히 알고 있는 상태로. 글을 올리고 나면 화면을 한 번 더 내려다보고, 괜히 휴대폰을 엎어둔다. 그 사실을 인정하니, 글을 올리는 버튼을 누르는 손이 조금 덜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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