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파트

by 야호너구리

친구 K를 만났다.


물론 내 부모님과의 트러블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서로의 사정을 늘어놓는 시간이 됐다. 그런데 K도 몹시 사는 게 힘들어 보였다.


이유는 나와 조금 달랐다. K는 아이가 있다.


귀여운 아이가 하나 있고, K는 외벌이다. 그래서 거의 일만 한다. 외벌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K의 와이프는 아파트를 사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K의 이야기였다. 아이가 있으니 초품아에서 살아야 하고, 아이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멍해졌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니 세상에서 밀린다고 하고, 아이를 낳았더니 또 다른 이유로 세상에서 밀린다고 한다.


K는 계속 일해야 하고, 나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K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다른 이유로 시작했지만 결국 같은 자리로 오는 느낌이었다.


소박하게 산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쉬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단어가 꽤 어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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