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마라톤

by 야호너구리

주말, 인적성 검사를 치르기 위해 시험장에 도착했다. 학교 담장 너머에서 소리가 들렸다. 서울 마라톤이었다. 확성기 소리, 박수 소리, 숨이 가쁜 사람들의 발걸음이 담장을 넘어왔다. 처음에는 조금 거슬렸다.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는 조용한 환경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사람들. 땀을 흘리며 정직하게 숨을 몰아쉬는 사람들. 그런 장면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교실 안에서 답안지를 넘겼고, 담장 밖에서는 사람들이 도로를 달렸다.


시험이 끝나고 교문을 나섰을 때 묘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에는 나처럼 인적성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말이 없었고, 가방 끈을 다시 고쳐 잡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오른쪽에는 마라톤 결승선이 있었다. 누군가는 환호를 받으며 들어왔고, 누군가는 허리를 굽힌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이름을 부르며 박수를 보냈다.


한쪽은 조용한 교실에서 답안지를 채우며 시간을 보냈고, 다른 한쪽은 도로 위에서 발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냈다. 둘 다 숨이 차는 일이다. 다만 하나는 환호 속에서 끝나고, 다른 하나는 조용히 끝난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 그 장면을 보았다. 마라토너들은 완주를 축하받았고, 시험장을 나온 사람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오늘 기록을 남겼고, 누군가는 채점될 답안지를 남겼다.


나는 가방을 메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부모와의 관계는 여전히 해지된 계약처럼 남아 있고, 직장을 찾는 일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끝났다. 나도 어딘가의 결승선을 하나 통과한 셈이다. 박수는 없었지만, 완주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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