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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훈 Nov 02. 2021

1. 메타버스가 무엇이길래(feat. 페이스북)

나는 메타버스로 출근합니다

“이제 우리에겐 페이스북이 1순위가 아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21년 10월 28일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꿨다. 5년 후 메타버스 기업으로 인식되길 원한다며 메타버스 인력 1만명 채용 계획을 밝히는 등 투자와 사업을 강화한 페이스북이 아예 회사명을 바꾼 것이다.

(필자의 장모님까지 도대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을 보니 일반인들께 파장이 컸던 듯하다)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은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메타버스 관련 기사를 자주 접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관련 주식이 폭증할 뿐만 아니라, AR/VR, VFX(시각 특수효과) 전문 기업들도 메타버스 관련주로 묶이면서 연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서강대에는 메타버스 전문대학원이 설립된다고 하니 이제 메타버스를 모르면 대화가 어려울 정도이다. 


메타버스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실제 메타버스 교육 기획 업체는 이미 연말까지 일이 다 찼고 메타버스 인력 충원에 바쁘다]


2020년 9월 BTS의 ‘다이너마이트’ 신곡발표가 큰 화제가 되었다.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한 장소가 TV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나 유튜브가 아니라, 메타버스 게임 공간인 ‘포크나이트’였기 때문이다.  

 

포크나이트는 3억 5천만명의 가입자와 1,000만명의 동시 접속자를 가진 가상 게임 공간인데, 이 곳에서 BTS의 신곡 영상 을 발표했다. 팬들은 메타버스 케릭터로 신곡 영상을 관람하는데, 아이템을 구매하면 BTS와 같은 춤을 추는 기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메타버스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블랙핑크 팬사인회가 진행되었는데 무려 5,000만명이 모였다. 본인의 케릭터로 블랙핑크와 함께 사진 찍은 후, 인증샷을 남기면 블랙핑크의 사인은 랜덤 선물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인증샷을 남기고, 개인 SNS에 공유한 인원도 20만명 이상이었다. 

[스타 아바타와 개인 아바타의 만남. 함께 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남기면 사인이 제공된다. 출처: 스포츠 월드]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방식의 언택트 활동이 많아지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다음 시대의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메타버스가 언급되고 있다. 인터넷이 첫번째 디지털 변곡점이었다면, 다음이 스마트폰이었고, 다음 차례가 공간을 초월한 메타버스라는 의미다. 실제로 에픽게임즈의 CEO인 팀스위니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 즉, 공간 인터넷’이라 말했다.


글로벌 회계ᆞ경영 컨설팅기업 PWC는 2019년 455억달러(약 51조원) 규모였던 메타버스 시장이 2025년에는 4,674억달러(약 520조원), 2030년에는 1조 5,429억달러(약 1,723조원)까지 3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 발달에 따른 현실감, 몰입감 강화와 함께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AI 기술업체인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은 ‘지난 20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만, 이후 20년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5년 안에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 회사가 아닌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페이스북을 보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는 기존 소셜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풍부한 상호작용을 만드는 궁극적인 소셜 테크놀로지의 집합체’기에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어울릴 수 있는 몰입형 가상 세계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텔레포트할 것’이라 말했다.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가 가상공간에서 다른 아바타를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며 현실처럼 경제활동을 진행하는데, 이러한 몰입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리라는 예측이다. 마치 영화 메트릭스나 토탈 리콜처럼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가상세계인지 구분이 어려운 상황처럼 말이다. 



메타버스의 정의


메타버스란 무엇일까?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우주,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메타버스란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고 함께 진화하여 그 속에서 사회문화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디지털 세계 속 자아이자 ‘디지털 미(Digital Me)’인 아바타가 사회 활동과 문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현실과 가상이 섞인 세계가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와 아바타라는 용어는 최근 만들어진 게 아니다. 놀랍게도 30년전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저술한 공상과학소설<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야만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 들어갈 수 있다. 주인공은 현실에서는 마피아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피자 배달부로 살아가고 있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천재 해커이며, 최고의 영웅이자 전사이다. 그는 메타버스 안의 신종 마약인 소노우 크래시가 현실 세계 유저의 뇌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알고, 배후 실세를 찾아나서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이 소설은 이후 많은 IT 개발자들과 경영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


비영리 기술 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구현 공간과 정보의 형태를 두 축으로 나누어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먼저는 메타버스에 구현되는 공간이 현실 기반으로 구현(현실 증강)되었는지, 가상화한 환경(시뮬레이션)을 중심으로 구현되었는지가 한 축이다. 그리고 구현되는 정보가 외부의 사물이나 환경 중심의 정보인지, 사람이나 개인 중심의 정보인지가 두번째 축이다.     


이에 따라 첫번째 유형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다. 한 때 화제가 되었던 포켓몬 고(Pokémon GO)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마치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유형이다. 


둘째로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은 라이프(Life)와 로그(Log)가 합쳐진 용어다. 개인이 현실에서 활동하는 정보가 가상과 연결되어 통합되는 형태이다.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 앱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여 운동할 때, 활동 내역이나 동선이 기록되는 것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을 듯하다. 


셋째는 거울세계(Mirror Worlds)이다. 실제 세계가 사실적으로 반영되어서 확장된 세계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 어스(Google Earth)다. 구글 어스는 세계 전역의 위성사진 수집을 통해 일정 주기로 사진을 업데이트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가상 세계다.


넷째는 가상세계(Virtual World)는 현실과 유사하거나 다른 대안적 세계를 디지털로 구축한 세계다. 특히 가상 세계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현실세계의 경제적, 사회적인 활동과 유사한 활동을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베타버스의 4가지 유형은 ASF에서 2007년 소개한 메타버스의 초창기 모습이다. 이후 15년 동안 각 유형은 독립적으로 발전했지만 최근에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4가지 유형이 상호작용하면서 융, 복합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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