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외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던 때였다. 엄마와 작은 외삼촌 남매는 싱숭생숭한 마음에 손을 붙잡고 보문산 일대 점집이란 점집을 싹 돌았다. 할머니께서 나으실 수 있을지, 아닌지를 물어보려고. (점쟁이들이 알 턱이 있는가. 귀신은 과거는 볼 수 있어도 미래는 알 수 없다. 미래는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법이다.)
어쨌거나 아직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는 엄마와 삼촌은 심란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점집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두 사람은 외할머니의 회복 여부를 두고 점집을 돌았지만, 점쟁이들은 삼촌과 엄마의 미래까지 봐주고자 했다.
그런데 처음 들어간 점집에서부터 이상한 일이 있었다. 처음 들어선 순간부터 할머니의 앞날, 삼촌의 점괘를 보는 동안 점쟁이는 내내 엄마를 힐금힐금 쳐다보았다. 삼촌은 조상신이 보살펴주고 계시기 때문에 삼촌이 하는 사업은 계속 잘 될 거라고 얘기했지만.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엄마는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나는 어떤데요. 나도 봐줘요.
엄마가 재촉하자 점쟁이는 또다시 흘깃 엄마를 훔쳐보고서는 벌벌 떠는 듯한 말투로 주뼛주뼛 대답했다.
여기 누님 뒤에는... 너무 큰 신이 있어.
내가 못 봐.
오소소. 소름이 끼치는 걸 뒤로한 채 엄마와 삼촌은 의아한 마음으로 다음 점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 점집의 점쟁이도 엄마가 들어서는 순간 엄마 눈길을 피하며 주뼛거리고, 엄마의 점은 자기가 보지 못한다고 발을 뺐다. 다음 점쟁이도, 그다음에 만난 점쟁이도 엄마를 바로 보지 못했다. 엄마가 무서운 누군가를 대동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문산 일대에 있던 열 개 넘는 점집을 도는 동안 엄마는 자기를 제대로 쳐다보는 점쟁이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엄마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다음에야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정말이냐고 몇 번을 되물었다. 엄마는 그렇다고 답했다. 얘기를 전해 듣던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모든 점쟁이들이 엄마의 점괘를, 미래를 보지 못하고 엄마의 눈을 피했던 이유. 점쟁이들이 무서워하던, 엄마 뒤에 있다는 너무나 큰 신. 그건 바로 하나님이셨음을 나는 믿는다. 어딜 감히 내 귀한 자녀의 미래를 귀신에게서 찾아보려 하냐고 하나님께서 무당들을 꾸짖으셨던 게 아닐까.
점쟁이들이 의지하는 귀신들에게도 권세는 있다. 악한 영이 권세를 잡고 있는 오늘날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권세와 영광은 결국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 귀속된다. 천하 만물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자 점을 보지 않는다. 미래는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2017년 겨울 보문산 일대의 점쟁이들이 보았던 엄마 뒤에 있던 신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하나님은 귀신이 드나드는 첩첩산중 점집에서도 엄마를 눈동자처럼 지키시고 계셨음을. 그 하나님께서 지금도 엄마의 목자 되시고 엄마를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고 계심을. 엄마의 미래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점집이 아닌 하나님의 손에서만 나온다는 것을.
나는 2013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친정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친정 가족들도 예수님을 믿고 천국
소망을 품고 살게 해 달라고. 나 자신의 믿음도 연약하고 흔들리지만 그래도 계속 기도하고 있다.
점쟁이가 눈 마주치기를 무서워하는 여자. 우리 엄마 뒤에는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좌정하시는 하나님이 계신다. 그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우리 온 집안에 끼칠 줄을 나는 믿는다. 끝까지 믿는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사도행전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