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임신한 배가 봉긋봉긋 두둥실 두둥실 달덩이처럼 불러오던 무렵, 우리 부부는 창고로 쓰던 방을 싹 정리하였다. 가족 수면실, 점진적으로는 아이들 방이 될 공간을 새로 꾸미기 위해서다.
원목으로 된 매트리스 깔판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약 10만 원), 두께가 5cm 정도 되는 놀이매트 겸용 얇은 매트리스를 주문 제작하였다.(가로 220 ×세로 200cm 사이즈, 약 20만 원대) '두 공주의 방이니까!'라며 내 취향의, 프릴 달린 패브릭 캐노피도 사서 신랑과 아빠의 손을 빌려 벽에다 달았다. (약 3-4만 원)
삼십 몇만 원과 부부의 땀방울로 완성된 <캐노피 달린 저상형 침실>이 퍽 맘에 든다.
'아름다움이 곧 실용성이다!'를 이따금 외치는 신랑의 말마따나 세 돌 첫째도 삼십 돌 지난 나도 예쁘장한 분위기가 흐르는 이 공간이 좋다. 팔랑팔랑 비밀 이야기도 숨겨줄 것 같은 캐노피 아래에 나란히 누워 재잘대고 동화책을 읽으면 딸의 마음에 한 뼘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 집 저상형 침대는 매트리스 표면에서 바닥까지 7~8cm 정도 된다. 둘째가 뒤집고 기고 걸음마를 할 때도 낙상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그 점이 처음부터 제일 좋았다. 침대가 낮고 얇아서 바닥의 열도 잘 전해진다. 겨울이면 보일러선 깔린 곳마다 등허리가 뜨끈뜨끈, 옛적 온돌방 생각도 난다.
그러나 매력적인 장미에는 가시도 있는 법. 패브릭 캐노피를 단 저상형 침대가 있는 침실은 '먼지'라는 복병과 맞서 싸울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거실에서 침실로, 주방에서 침실로. 온 집안을 도도도도 누비고 다니는 두 딸의 발바닥 먼지를 옮겨 묻히기에 높이가 낮은 침대는 아주 안성맞춤이다. 우리 가족 수면실에는 그래서 먼지 떼는 돌돌이가 언제나 대기 중이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패브릭 프릴 캐노피는 부착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사자마자 빤 것 외에는 아직 한 번도 세탁을 한 적이 없다. 캐노피 한 곳을 손으로 팡- 치면 아마 먼지들이 폭죽 팡파르처럼 휘날릴 거다. 조만간 떼어서 빨아야겠다.
먼지라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저상형 캐노피 침대는 나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고마운 저상형 침대와 함께 오늘도 온 가족 다닥다닥 코오- 숙면을 취하러 간다.
온 가족용 침대의 경우, 가로 사이즈는 4인 가족 기준 최소 250cm 정도는 되는 게 좋을 듯하다. 우리 집에선 붙박이장 문 열리는 공간과 옷장 간섭을 막으려고 220cm로 하고 말았지만 어른 둘 아기 둘이서 다소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모양새. 강제로 친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