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30일 목요일
보통 리모델링 과정에서 '인테리어 필름' 작업은 가구를 철거한 후에 진행한다. 그러나 우리 집은 보관이사 없이 말 그대로 '살면서' 리모델링을 하는 특수 케이스다. 보통의 순서대로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 맞게 뺄 것은 빼고 바꿀 것은 바꾸어가며 진행해야 한다. 주방 새시와 다용도실 문을 통째로 바꿀 계획은 없었기에, 우리 집은 주방 철거 한참 전에 새시 필름 작업부터 했다.
입주할 때 나무색이던 주방 새시와 문틀에 깔끔한 흰색 필름을 입혔다.(SG/SF1129, 페인티드 우드. 환기구는 페인트 도색. 전문가 시공비 35만 원.) 구상하고 있는 '우드 앤 화이트' 콘셉트의 새 주방에 흰색의 새시와 문틀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름 작업자를 섭외할 때의 일이다. 여러 업체와 컨택하며 견적을 받다가 두 번 놀랐다. 같은 작업을 요청해도 세부 작업 내용이 업체마다 달라서 한 번, 업체마다 부르는 값이 천차만별이라서 또 한 번 놀랐다.
우리 집 주방 새시와 문틀 면적을 필름 작업하는데 필요한 자재비원가(필름값)는 후하게 쳐주더라도 10만 원 이내다. 그런데 한 업체는 실리콘은 물론 환기구 도색 작업까지 포함해서 35만 원을 말했고, 또 다른 업체는 환기구는 커녕 실리콘 작업도 포함되지 않은 작업 견적으로 55만 원을 제시했다. 인건비를 20만 원이나 차이 나게 매긴 것이다.
'같은 작업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수준의 성품과 양심, 성실함을 지닌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성품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달려있다.' 55만 원 부른 업체의 양심과 성품을 정죄하던 나는 그러나 문득 숙연해진다.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을 잘 먹여 살리려는 동기가 그렇게 악한가? 자신의 작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자부심은 항상 악한가? 한정된 예산을 갖고 고군분투하며 가장 합리적인(=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마음이 가는 현실이 잠시 서글펐다.
그러나 예산에 따라 선택한 (가장 적은 금액의 견적을 제시한) 시공 작업 팀장님은 나의 서글픔을 기쁨과 감사로 바꾸고도 남을 만큼 성실한 프로셨다.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적게 받는다고 해서 작업을 허투루 하는 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활동하고 있는 인테리어 카페에 감사한 후기를 올리고, 추후 우리 집 현관과 신발장, 거실 새시까지 같은 시공 팀장님께 맡겼다. '같은 작업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수준의 성품과 양심, 성실함을 지닌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의 성품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달려있다.' 55만 원 부른 업체를 다시 정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