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4일, 18일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철거, 전기, 조명, 목공, 타일, 도배, 가구 설치까지 꽤나 덩치가 큰 리모델링 공사 범위를 확인하면서,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넘을 산은 '철거'다.
9월 말 한 턴키 업체에 문의했을 때 받은 주방 철거 견적은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포함하여 50~70만 원이었다. 이케아 협력업체에서도 철거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은 가구 길이 1미터 당 3만 원. 우리 집 주방에 적용하면 약 8미터 24만 원으로 인테리어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가구가 폐기되지 않고 재사용된다 하니, 환경에도 좋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말 그대로 '가구'만 가져가기 때문에, 쿡탑이나 싱크볼과 같은 기타 주방 가전 및 폐기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이케아 협력업체 철거 서비스와 철거 전문 인력 섭외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이었다. 셀인 카페의 누군가가 당근 마켓 '나눔'을 통해 별도의 비용 없이 주방 가구를 철거했다는 이야기를 올린 걸 찾았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옳다구나! 이거다!
아기의 낮잠 시간, 신랑이 퇴근해서 아기를 돌봐주는 시간 동안 나는 줄자를 들고 주방을 누비며 상부장과 하부장, 냉장고 붙박이장의 넓이, 높이, 깊이를 꼼꼼하게 측정하여 당근 마켓에 나눔 글을 올렸다. 규격을 자세히 적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보고 연락한 당근 마켓 유저 한 사람이 가구를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다고 집에 방문했다. 가게로 쓰던 건물 2층을 가정집으로 만드는 공사를 직접 하고 있다는 그녀와 남편 내외는, 우리 집 주방 가구를 상부 장, 하부 장, 냉장고 붙박이장까지 모두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이왕이면 쿡탑, 후드, 싱크볼도 다 가져가겠다고. 우리는 10월 22일 토요일에 철거 작업을 하기로 약속했다.
2021년 10월 18일 월요일
당근 마켓 유저와 철거 일정을 잡고 나니 심장이 쿵쿵 뛰었다. 공사를 한다는 실감이 났다. 그런데, 가구 등을 철거한 후 벽면에 남아있을 타일은 어쩌지? 인력을 섭외해 철거할까? 직접 철거할까? 일단 전문가를 알아는 보자! 나는 철거 업체를 10군데는 찾아서 번호를 기록해두고, 그중 마음이 가는 5곳에 문자로 연락해보았다.
철거할 타일 설치 면적을 사진과 치수로 전달하자 2~3곳에서 회신이 왔고 대략 30만 원의 비용을 견적으로 받았다. 남편과 시아빠는 타일 면적이 넓지 않은데 30만 원은 너무 비싸다고, 부자가 직접 타일을 떼겠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타일 셀프 철거'를 찾아보며 할 수 있겠다 말하는 두 남자의 모습에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셀프로 타일 철거가 정말 영상처럼 간단할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