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4일, 28일 목요일
-벽으로부터 10cm 가벽 세우기
(냉장고 들어갈 공간 빼고)
-후드 자바라 연장 및 천장 보강 작업
주방 리모델링 목공 파트 공사(2021.10.28)를 했다. 나는 2주 전쯤(10월 13-14일 즈음) 목수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무척 늦게 급하게 섭외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늦은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셀프 인테리어 카페 등에서 이른바 ‘셀벤저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업자 분들과 꼭 함께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주변의 전문가들을 잘 찾아보는 것도 좋다. 입소문을 타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유능하며 믿을만한 현장 전문가들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넣어 OO목수라고 검색하니 우리 동네를 포함하여 작업하는 목공 소장님들 정보가 나왔다.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었고 카페에서 추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검색을 통해 찾은 네 명의 전문가 연락처를 굿노트에 적었다. 이후 우리 집에 필요한 시공 내용을 정리하여 네 분의 목수들께 다음과 같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네 분의 목수들께 첫 번째 메시지를 보내고 기다렸다. 이윽고 A, B 두 목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A 목수님은 견적과 일정을 제시한 뒤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가능한 공사 일정이 생각보다 늦었고, 제시받은 견적 또한 120만 원으로 100만 원 이하를 생각했던 내 기준에서 비쌌다. B 목수님은 내가 원하는 날짜에 작업 가능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100만 원 이하의 견적을 제시했다. 작업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도 했다. C, D 목수님은 메시지로도 전화로도 회신이 없었다. 나는 견적과 일정 가능 여부를 묻고자 몇 시간 후 C와 D 목수님 번호로 각각 전화를 걸었다. C 목수님은 연락을 받지 않았고, 셀벤져스로도 유명했던 D 목수님은 전화를 받아서 가능한 날짜와 견적을 알려주긴 했는데, 가능한 공사 날짜도 늦고 값도 비쌌다.
나는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으며 통화할 때 신뢰가 간, 동시에 내가 정한 예산인 100만 원 이하의 견적을 제시한 B 목수님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인건비 66만 원, 자재비 27만 원으로 주방 리모델링을 위한 목공 작업에 든 비용은 도합 99만 원이었다.
목공 공사 전날, 딸이 잠든 후 신랑과 다투었다. 목수님들께 이케아에서 받은 도면만 전달하면 우리는 상세한 치수 자료를 별도로 만들거나 집에 표시해두지 않아도 된다는 남편과, 이케아에서 준 도면은 집안 치수의 정확도를 완벽히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가 줄자로 재서 도면을 하나 더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는 나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주방 철거를 필두로 공사가 시작되자 남편과 나는 기본적으로 둘 다 지쳐 있는 상태였다.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곧장 잠들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일하랴 육아하랴 리모델링 신경쓰랴 바빴다. 남들이 가지 않은 험난한 길에 발길을 남기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보듬어줄 여유를 잃어갔다. 서로를 향한 날 선 말투에 마음이 상해 나는 도면을 다시 그리고 자시고 할 힘도 남지 않았다. 낮에 타일 공장 다녀온 내용을 정리하고 앞으로 할 일을 점검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나는 그대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목공 공사 당일 가장 큰 고민은 후드 자바라를 꺾는 각도와 그에 따른 상부장 설치용 합판 면적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창가 쪽 단파 구멍에서 잇기 시작한 자바라는, 15~16센티 정도의 높이 여유가 있는 천장 공간을 타고서 아일랜드 후드가 설치될 공간까지 3~4미터 정도를 연장해왔다.
창가 쪽 단파 구멍에서 나온 자바라는 천장 위로 거의 90도 꺾여서 올라갔는데, 연기가 잘 안 빠질까 봐 저 각도를 45도 정도로 느슨하게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자면 냉장고 상부장 옆면에 구멍을 뚫고 상부 장 수납공간 두 칸 중 한 칸도 자바라에 내주어야 했다.
나와 남편은 자바라를 90도 꺾고(환기 능률 저하) 수납공간을 확보할 것인가 자바라를 완만하게 꺾고(환기 능률 그나마 확보) 수납공간을 포기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고민을 했다. 아일랜드 후드를 설치하며 자바라를 3-4미터 늘려 사용하는 이상 어차피 후드가 훌륭하게 가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자바라를 90도로 꺾고 수납공간이라도 확보하자는 게 우리 부부의 결론이었다.
공사 전 미팅 때 목수 팀장님은 10센티짜리 가벽을 세우고 나면 몰딩이 비는 부분이 생기므로 추가로 몰딩을 준비해달라고 했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면 여분의 몰딩이 있거나 적어도 어떤 제품인지는 알 수 있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에는 아무런 자재도 정보도 없었다. 갈매기 몰딩, 일자 몰딩 등 각종 몰딩에 대해 공부하고 셀인 카페에도 물어봤지만 우리 집 몰딩이 무엇인지는 결국 찾지 못했다. 베테랑 목수님은 창가쪽에서 냉장고장으로 가려지는 부분의 몰딩을 일부 잘라서 비는 부분을 메워주었다. 이어 붙인 티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심각하지 않은 선에서 정리가 되어 다행이었다.
아침 9시 전에 시작된 목공 공사는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목수 두 사람이서 큰 잔해는 대강 치우고 갔지만, 작은 잔해들 및 거실에 번진 목재 분진을 치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었다. 아기가 없었다면 방으로 곧장 들어가서 씻고 잠을 잤을 텐데, 아기는 짧은 시간이라도 집에 머무는 동안 보다 넓은 공간(폐허 상태의 거실과 주방)을 누비고 싶어 했다. 1시간 정도 걸려 아버지와 남편은 공사가 끝난 주방의 잔해를 정리하고 쓸고, 어머니와 나는 거실 바닥을 쓸고 닦았다. 청소가 끝나기 전까지는 돌아가면서 방에 들어가 아기를 달래고 돌보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조용한 공간을 찾아 리모델링 노트를 켰다. 매일매일 리스트를 만들어서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꼭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무엇을 위해서 그 모든 고생을 감당하던 건지 당시에 잊지 않으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신랑이랑 딸이랑 예쁜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려고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한 건데, 공사 과정에서 누군가를 보살필 여유도 없던 나의 지친 상태는 오히려 신랑과 딸을 힘들게 할 때도 많지 않았나 싶다.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던 가족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목공 공사 후 가벽 세운 주방의 한 부분이다. 회색 면은 석고면이고, 나무 무늬 면은 합판 재질로서 냉장고 상부장을 설치하기 위해 목재로 작업한 면이다. 이케아 상부장은 합판에만 설치가 가능하고 석고면에는 설치할 수 없다. 상부장 없는 주방을 만들 생각으로, 가벽의 다른 면은 석고로 작업했으나, 냉장고 상부장을 달 부분만은 합판으로 작업했다. (석고 면에는 이케아 주방 상부 장을 설치할 수 없다. 이케아 주방 가구 설치 가이드라인이다.)
공사하고 1년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타일 붙일 곳만 빼고는 가벽 자체를 합판으로 작업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내다 보면 가끔 나무 선반이나 미니 상부장을 달고 싶을 때도 있는데, 석고 면은 가구를 단단히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령이 있긴 하다. 목공 공정에서 가벽 작업을 할 때 두께 4-5센티미터 정도 되는 각재를 30센티미터 간격으로 10개 정도 세워둔 뒤(목공/인테리어 현장 용어로 ‘상‘이라고 부른다.) 그 위에 석고 판을 붙였다. 그러니 선반을 설치할 때 단순 석고면에 설치하기보다는 상이 있는 자리를 찾아 상에 못질을 하여 설치하면 탈착 위험이 적을 거라는 요령이다. 합판만큼 안정적 일지 몰라서 선반 달기를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선반이 너무 달고 싶어 진다면 상을 찾아서 달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