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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달 Oct 15. 2022

호칭의 힘: 타일 '반장님' 컨택하다

2021년 10월 12일 화요일


  주방 리모델링 작업 입력을 섭외할 목적으로, 나는 거주 지역명을 넣어 OO타일, OO목공 따위의 검색어를 포털 사이트와 인테리어 카페에 입력했다. 각 공정을 함께할 작업자를 섭외하는 연락을 할 때 적절한 호칭은 무얼까하는 것이 내게는 매번 은근히 고민이었다. ‘사장님’은 너무 존칭 같고, ‘아저씨/아줌마’는 너무 격 없고 낮춰 부르는 말 같았다.


  나는 손품을 팔다가 ‘반장’,‘ 소장’,‘팀장’과 같은 호칭이 있음을 발견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타일공 중에는 스스로를 '반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목수 중에는 스스로를 '소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주방과 거실 새시, 신발장, 현관문 필름 작업을 해주었던 분은 명함을 받아보니 OO필름 '시공팀장‘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호칭’에는 힘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불러주는 호칭에 따라 나는 ‘엄마’가 되었다가 ‘솔방울’이 되었다가 ‘사장님/사모님’이 되었다가 했다. 반셀프 리모델링을 하며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 사모님‘또는 ’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그 호칭은 나이가 들어 보여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좋기도 했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으로서, 공사 관련 전문 인력 서비스를 상세히 요구하고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듣는 사모님/사장님이라는 호칭에는 존중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꼰대인가?) 아무튼 나에게는, 공사를 좀 더 책임감 있게 리드하고 싶은, 그래서 더 꼼꼼하게 공부하고 찾아보게 하는 힘이 ‘사장님’,‘사모님‘이라는 호칭에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허름한 임시 숙소를 중개하고 소개비 10만 원을 받았던 부동산 중개인은 아기띠를 한 채 이제 갓 30대에 들어선 나를 '애기 엄마'라고 불렀는데, 나는 그 호칭을 들을 때 상대가 나를 만만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다. 애기 엄마 말고 고객님, 손님, 예비 세입자님, 계약자님, OO씨 같은 공식적인 호칭도 있지 않은가? 친밀감을 가장한 무례한 호칭 때문이었는지, 해당 부동산과 숙소에 대한 기억이 별로 좋지 않다.


  지난해 10월 12일, 어쨌거나 나는 타일 ‘반장님’께 연락을 취했다.

  철거 전이었던 주방 사진에서 타일 작업을 할 부분을 대략 표시하여 예상한 작업 면적 수치와 함께 보냈다. 이윽고 회신이 왔다.


  나는 타일 부착면 석고 작업이라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는 채 타일 반장님께 저런 답장을 보냈었다. 타일 부착면 석고 작업이 무엇인지 모르면, 그제야 인터넷에 해당 단어를 찾아보면서 아, 타일을 붙이는 면에 석고 패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구나 하고 공부했다. 모르는 건 찾아보고 물어보면서 공사를 만들어갔다.

나는 타일을 오프라인으로 살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다. 친절한 반장님은 우리 집 근처에 대형 타일 공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후에 서로 일정이 잘 맞지 않자 (혹은 또 다른 이유로) 타일 반장님은 타일 공장에서 타일 시공자까지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실제로 타일을 구입한 공장에서 타일러 분을 소개받아 시공을 진행했다.


  함께 작업하진 못했지만 짧게나마 컨택했던 타일 '반장님'은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인테리어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하며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부르는 호칭도 정해져 있었고(반장, 소장, 팀장 등), 나처럼 상대적으로 어린 고객을 상대할 때도 어떤 식으로든 존중의 의미를 담아 불렀다.


  나는 나를 누구라고 부르는지, 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부르는지 돌아본다. 호칭에는 힘이 있다. 어떤 사람을 부를 때 호칭 없이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보다는 그이를 존중하는 의미를 담은 호칭을 고민하여 불러주는 것이 좋겠다. 말하는 이에게는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듣는 이에게는 믿음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그런 호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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